[울산화력 참사 한달] ①반복되는 발전소 산재…끊지 못한 '인재' - Supple

[울산화력 참사 한달] ①반복되는 발전소 산재…끊지 못한 '인재'

김용균씨 사망 이후에도 전국 발전소서 17명 숨져…규제 강화 '무색'

보일러타워 붕괴 사망 7명 중 6명이 단기 계약직…계속되는 '위험의 외주화'

울산화력 현장 들어서는 합동 감식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한 달 전인 11월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의 보일러 타워 붕괴로 노동자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 사고 이후 산업안전 강화 조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발전소에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런 사고 실태, 유족과 생존자 및 구조대원의 트라우마,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전문가 제언 등을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무엇보다 안전하게 근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언제까지 이럴 거냐'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지난달 7일 중앙사고수습본부 2차 회의에서 김성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 말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밤샘 근무를 하다가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에 끼어 사망한 20대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고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국 화력발전소에선 여전히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 김용균씨 사망 이후 안전규제 강화했지만…사망 사고 반복

3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김씨가 사망한 2018년 12월 11일 이후 이번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전까지 전국 화력발전소에서 10명 정도가 숨졌다.

그동안 현장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재해 재발 시 사업주를 가중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이 시행되고, 기업의 최고 책임자까지 안전 관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으나 사고는 반복됐다.

크레인에서 떨어진 부품에 일용직 노동자가 맞아 숨지고, 화물 노동자가 석탄 하역기에 끼여 사망했다. 보일러 건물 5층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하거나 보일러실 배관 밸브가 폭발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매몰자 수색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만 해도, 지난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기계공작실에서 하청 노동자 김충현 씨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김용균 씨가 사망한 그 발전소에서 김충현 씨 역시 혼자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불과 한 달여 뒤인 7월 28일에는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30대 노동자 1명이 8m 아래로 떨어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11월 6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 규모의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해제 작업에 투입됐던 노동자 7명이 매몰돼 숨졌고 2명이 다쳤다.

붕괴현장 수색 작업
[울산소방본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사고 때마다 안전 불감증 지목…하청 근로자 주로 희생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안전 불감증', 즉 인재(人災)다.

김용균 씨 사건 때는 사망사고가 나기 10개월 전, 원청인 서부발전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에 공문을 보내 태안발전소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으나 김씨 사망 때까지 별다른 개선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발생한 태안화력 김충현 씨 사망사건에선 김씨가 소속된 한국파워O&M이 발전소 정비 공기업인 한국KPS로부터 하도급받았는데도 원하청안전근로협의체와 합동안전보건점검 등에서 완전히 배제됐던 것으로 안전보건공단 충남본부의 종합진단에서 드러났다. 실제 발전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투입하는 하청업체가 정작 안전 체계에선 빠진 셈이다.

◇ 울산화력 붕괴도 곳곳 '인재' 정황…관리·감독 '허점'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정황은 곳곳에서 불거졌다.

당초 보일러 타워 해체를 위해 철골 기둥 상하부 2곳(1m와 12m 지점)에서만 취약화(구조물이 쉽게 넘어지도록 미리 잘라 놓는 것) 작업을 하게 돼 있었으나 사고는 25m 높이에서 작업 중 발생했기 때문이다.

울산 남구의회 박인서 의원은 지난달 24일 남구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사고와 관련, 남구는 보일러 타워가 해체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체 심의는 물론 감리자 지정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울산화력에 설치된 추모 헌화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욱이 사망자 7명 중 1명만 보일러 철거 담당 하청업체 코리아카코의 정직원이고, 나머지 6명은 단기 계약직으로 확인돼 '위험의 외주화'라는 비판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플랜트 건설 일을 해본 경험 없이 이번 작업에 일용직으로 투입된 지 불과 사흘 만에 사고를 당한 사망자도 있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쪽은 발주사나 원청인데 작업 위험은 하도급 되고, 하도급 내에선 또 단기 계약직 직원에게 전가되다 보니 사고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의 안전관리시스템이 현장 노동자에게도 전파돼야 하는데, 고용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안전 시스템이 희석돼 관리가 되지 않고 결국 단기·일용직 노동자들이 안전 체계 없이 위험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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