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링크트인 '마이마이' 분석…베이징·상하이 중심 운용
'996' 없는 높은 연봉·근무 환경 강조…서울 파견 채용도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천만건이 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쿠팡은 현재까지 고객 계정 약 3천370만개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인근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5.12.1 ksm7976@yna.co.kr
이번 사건 용의자도 중국인 전 직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쿠팡은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국적 분포를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외국인 개발자 채용 현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4일 쿠팡의 중국인 채용 현황을 살피기 위해 중국판 링크트인으로 불리는 '마이마이'에서 최근 수년간의 쿠팡 관련 채용 게시물 및 댓글들을 살펴봤다.
마이마이에는 쿠팡 직원 인증을 받은 계정이 올린 채용 공고가 올해 하반기에도 올라와 있었고 헤드헌터 또는 동종 IT 업계 종사자로 보이는 이들이 '쿠팡에 추천해주겠다'며 올린 게시글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 "쿠팡, 상하이의 가장 매력적인 외국 IT 기업 8위"
채용 공고를 분석해보면 중국의 쿠팡 개발 인력들은 베이징, 상하이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일한 것으로 보인다.
한 홀딩스 그룹의 수석 부사장이라고 밝힌 계정은 지난 6월 올린 글에서 상하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외국 인터넷 기업 10곳을 선정하면서 1위 구글, 2위 아마존, 3위 애플에 이어 8위로 쿠팡을 꼽았다.
그는 "업계 상위 10대 기업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 쿠팡의 상하이 사무실은 창타이 플라자에 있다. 알리바바와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며 직급과 관계없이 많은 알리바바 (출신)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장점은 잔업이 없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키아 재직 인증을 받은 한 계정은 올해 7월 올린 글에서 "쿠팡에는 데이터 과학자들을 직접 추천하는 팀이 있는데 분위기가 좋고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훌륭한 팀"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쿠팡 관련 글의 해시태그로 '놀라운 외국기업'을 달았다.
중국 개발자 채용 문화에는 동료 개발자들의 추천이 중요한 듯 마이마이에는 쿠팡 채용을 추천해주겠다는 알선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최근에도 간간이 관련 글이 올라왔지만 가장 높은 빈도로 쿠팡 채용 관련 게시글이 올라온 시점은 2023년에 집중돼 있었다.

[마이마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추천자들은 초과 근무 없음, 유연한 근무 시간, 재택근무 옵션, 다양한 혜택, 안정적인 연말 보너스, 높은 기본 급여, 낮은 경쟁률, 충분한 연차 휴가, 보충 주택 기금, 상업 의료 보험 등을 쿠팡 근무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 IT 기업에서 직원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까지 일하게 하는 근로 관행 '996 근무제'가 악명이 높은데 쿠팡에는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 글들이 시선을 끌었다.
2023년 올라온 한 채용 글은 "996 근무제와 치열한 경쟁 없이 국내 유수 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한다. 근무지는 상하이 진커루이며 주요 업무는 쿠팡의 핵심 전자상거래 워크플로 구축"이라고 소개했다.
◇ 서울 근무자 채용도…"영어·한국어 잘 못 해도 돼"
올해 4월 올라온 추천 알선 글에는 쿠팡이 채용하는 직군을 수석 또는 일반 백엔드 엔지니어·데이터 과학자·시니어 제품 관리자·수석 통역사 등으로 분류하고 근무지를 베이징, 상하이, 서울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전 직원은 인증 시스템 개발자였다고 쿠팡은 밝힌 바 있는데, 이 가운데 그가 속했던 직군이 있었는지 등은 쿠팡 내부의 업무 배치 및 팀 구조를 모르는 상황에선 단정하기 어렵다고 IT 업계는 설명했다.
마이마이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은 알고리즘 시험 및 면접 후기 등 쿠팡 채용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급여 수준 및 처우나 요구되는 능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영어 요구 수준이 높냐는 질문에 쿠팡 관계자로 보이는 계정은 "높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국어 수준에 대해선 "영어가 가능하면 필요 없다"면서 한국 출장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쿠팡이츠 개발자 채용으로 보이는 '쿠팡 푸드 배달 데이터 분석팀' 채용 공고는 "한국 서울에 거주하며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하고 대기업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면서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프런트엔드·백엔드 개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5월 글을 올린 바이트댄스 인증 계정주가 "쿠팡은 왜 계속 채용하는가. 숨겨진 문제는 없나"라고 질문하자 '백엔드 개발자'라는 계정은 "(쿠팡 내부에서) 매년 10%의 최하위 직급 탈락률이 발생하며 나이가 많고 경력이 부족한 직원일수록 탈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 쿠팡은 왜 중국인 개발자 선호했나…"알리에 가까운 구조"
쿠팡이 중국인 개발자를 대거 채용한 데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꼽는 시각도 있지만, 쿠팡이 채택한 이커머스 시스템이 미국 아마존보다 알리바바·징동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 닮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성격이 강했던 아마존과 달리 쿠팡은 물건을 직매입해 자사 창고에 넣고 배송까지 아무르는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이를 뒤에서 조종하는 IT 시스템 역시 미국보다 중국 개발자 손을 빌리는 것이 더 수월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천400만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2025.12.2 dwise@yna.co.kr
아마존 방식은 트래픽 처리, 상품 추천 알고리즘,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적 연결에 집중하는 IT 시스템인 반면 쿠팡이나 징동은 거대한 물리적 자산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창고 및 배송 관리에 보다 최적화된 차이가 있었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보다 앞서 대규모 물류 자동화를 경험한 중국 개발자가 인건비도 낮고 쿠팡이 원하는 개발 시스템을 더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쿠팡이 비교적 짧은 시간 급격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이용자 정보 보호 부분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업태에 따라 특정 국가 개발자를 선호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국가 배후 사이버 침해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국가인데 개발의 상당 부분을 맡겼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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