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18일 “외환시장에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지속하고 있다”며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외환건전성 제도는 급격한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거래 규모를 좁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최근 환율 급등은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주요 원인이어서 국내로 달러가 유입될 수 있는 문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감독 부담을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감독당국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과도하게 많은 양의 달러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6월까지 금융기관에 유동성 확충계획 제출을 면제해준다는 방침이다. 정여진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금융기관이 불필요하게 쟁여둔 달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스시(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 같은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75%에서 200%로 높이기로 했다.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높아지면 해당 은행이 더 많은 외화를 들여와 국내에서 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 수출기업에 대해선 국내에서 쓰는 시설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에 대해서도 외화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화대출이 가능해지면 국내 금융시장에 유통되는 달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 밖에도 정부는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개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통합계좌가 활성화되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개인투자자가 확대돼 달러 유입이 촉진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대책이 환율 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의 고환율 현상은 한-미 간 금리 차이,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자금 등이 늘어나야 원화 약세 심리가 약해질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대외 여건이 해소돼야 한다”며 “최근의 원화 약세 심리를 꺾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를 소집해 국외주식 영업이 과열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서학개미’ 열풍을 부추기는 증권업계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증권사들의 국외증권 중개시장 점유율 확대경쟁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한 채 눈 앞의 단기 수수료 수입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신민정 안태호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