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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박스에서 발견된 20개월 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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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같은 해 7월9일 세상에 드러났다. 아이 엄마 정모씨(당시 25세)와 연락이 닿지 않고 손녀를 수개월째 보지 못한 정씨 모친이 경찰에 신고 하면서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양씨와 정씨가 머물던 집 화장실에서 아이스박스 안에 숨겨진 채 숨진 영아를 발견했다.
실제 범행이 벌어진 것은 그해 6월15일 새벽 4시쯤이었다. 술에 취한 양씨는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 다는 이유로 아이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에게 이불 네 겹을 씌운 뒤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았다.
양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개월 아이를 성폭행했다. 아이 친모 정씨는 이 과정을 그저 방관했다.
이들은 아이가 죽자 그대로 방치한 채 모텔을 전전한 뒤 며칠 뒤 집으로 돌아왔다. 사체 부패가 시작되자 양씨는 아이스박스를 주문 후 아이를 숨겼다. 이후 양씨는 지인들을 만나 술을 마시는 등 유흥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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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와 딸에 유상 성행위 강요…동거녀 모친엔 음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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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출소한 뒤 정씨, 아이와 함께 정씨 모친 집에 얹혀살았다. 당시 정씨 모친은 양씨를 아이 친부로 알고 집으로 들였다. 하지만 경찰 DNA 검사 결과 양씨는 아이 친부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일반인보다 지능 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정씨를 매일 밤 폭행하고 아이가 울면 함께 때렸다. 양씨는 정씨에게 '친모에게 이르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 그는 정씨와 아이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키기도 했다.
2021년 4월말, 양씨는 정씨 모친과 말다툼한 뒤 정씨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이후 연락이 끊겨 걱정된 정씨 모친이 양씨에게 위치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양씨는 "한 번 하게 해달라" "한 번 하고 나면 알려주겠다" 등 음란 메시지를 보냈다.
정씨 모친은 양씨 지인 등을 통해 겨우 주소를 알아냈고 그해 7월9일 해당 주소지로 찾아갔다가 아이스박스에 담긴 손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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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셔서 기억 안 나"…온라인에선 '근친상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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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아이는 온몸 뼈가 모두 부러진 상태였으며 다발성 골절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 또 아이 다리 사이에 심한 상처가 있는 등 사망 전후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아동 학대 사건으로 알고 조사하던 경찰은 부검 결과 아이가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이 나오자 양씨에게 이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사 초기 "양육 부담과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 진술을 반복했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 '거짓 반응'이 나오자 결국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심지어 사건 당일뿐만 아니라 사건 이틀 전인 그해 6월13일에도 아이를 강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검사 전까지 자신이 피해 아이 친부인줄 알았던 양씨는 사건 전 온라인상에서 '근친상간' '강간' '임신'과 관련된 음란물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양씨는 체포 이후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40점 만점에서 26점을 받으며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그는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와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모두 높은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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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30년'…2심서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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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추가로 성충동 약물 치료(화학적 거세) 15년 등도 청구했다. 하지만 1심은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생명을 박탈하는 게 정당화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검찰이 청구한 성 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은 치료감호소 회신을 고려할 때 성도착증이라고 볼 만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1심 판결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과 시민들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반발했다. 검찰 역시 양형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듬해 5월27일 대전고등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양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간 신상 공개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생후 20개월 된 피해자는 아빠로 알고 따랐던 피고인에게 처참하게 맞고 성폭행당하다 사망했다"며 "사람의 존엄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잔혹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친모 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2024년 출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