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뽀로로, '의대 논란'에 "죄송합니다"

20일 사과 영상 올리자 조회수 190만·좋아요 10만

"노는 게 제일 좋다더니 의대 갔네"…댓글놀이

'뽀로로 의대모험'서 밈 시작…"너 혼자 의대 가냐"

제작사 "의대가 화제가 되길래 사과 영상 올려"

"뽀로로 의대 진학? 애매해서 얼버무려 표현"

['뽀로로공식채널'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안녕하세요, 뽀로로입니다. 제가 너무 귀여워서 죄송합니다. 매일매일 저만 재밌게 놀아서 죄송합니다. '노는 게 제일 좋다고 했으면서 의대 갔네…'(라고 수군거리는데…). 의도치 않게 많은 분의 기분을 상하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뽀로로가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국민 펭귄' 뽀로로가 지난 20일 뜬금없이 이렇게 사과를 했다.

검은 정장을 빼입은 채 머리까지 숙였다.

'뽀롱뽀롱 뽀로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올라온 '의대 논란' 사과 영상인데, 30일 현재 인스타그램 조회수 193만회·'좋아요' 10만여회를 기록하며 화제다.

영상 제목은 '죄송해서 죄송하다'. 해시태그로는 '노는게제일좋아', '의대논란', '사과' 등의 키워드가 걸렸다.

난데없는 사과의 이면에는 같이 놀자고 해놓고 사실은 공부를 해서 혼자 의대에 진학했다는 논란이 자리한다.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의대 광풍'에 급기야 '뽀통령'까지 가세했다. '웃픈'(웃기고 슬픈) 풍자다.

'뽀로로의 대모험'을 '뽀로로 의대모험'으로 잘못 읽은 게시글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뽀로로가 언제 의대에 진학했어?

뽀로로 '의대 논란'은 사실 4년 전에 시작했다.

2021년 누리꾼들이 '뽀로로의 대모험'을 '뽀로로 의대모험'으로 잘못 읽으며 점화됐다. 온라인에서 썸네일의 한정된 공간 때문에 '뽀로로'의 뒤에 붙어야 할 관형격 조사 '의'가 '대모험'의 앞에 붙으며 일어난 해프닝이다. 띄어쓰기 오류가 '뽀로로 의대 진학'이라는 장난을 쏘아올렸다.

여기에 10여년 전 출시된 '뽀로로 병원놀이' 장난감 세트가 소환됐다.

세트의 포장에는 뽀로로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뽀로로와 말하는 청진기로 관찰해요'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 있다.

또 뽀로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뽀로로와 노래해요' 영상에서 의사가 된 뽀로로가 '크롱'의 발에 응급처치를 하고, 머리에 혹이 난 '패티'에게 붕대를 감는 모습도 뽀로로 의대 진학의 '증거'가 됐다.

누리꾼들은 "노는 게 제일 좋다던 뽀로로가 의대에 갔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뽀로로가 의대에 갔다'는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퍼져나갔다.

의사가 된 뽀로로
['뽀로로공식채널' 유튜브 동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노는 게 제일 좋아"라지만…현실은 '4세·7세 고시'

SNS에서 자생한 '뽀로로 의대 진학 밈'을 뽀로로 제작사가 공식적으로 받아친 배경에는 '의대 광풍'이 있다. 웃자고 하는 장난 뒤에 씁쓸한 현실이 자리하는 것이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제가는 "노는 게 제일 좋아~"로 시작하는 '국민송'이다. 뽀로로는 다 같이 오늘도 신나게 놀자고 노래한다.

그러나 미취학 아동 전용 콘텐츠의 이러한 신나는 노래와 달리 오늘날 한국에서는 '의대 광풍' 속 '4세·7세 고시'가 횡행한다.

지난 8월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초등학교 입학 전 외국어 학습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을 예방하는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 같은 사교육 행태가 행복추구권과 아동복지법 등에 명백히 반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유아들의 지나친 선행학습에 지속적으로 비판이 제기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8일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하지만 조기 사교육 과열 현상이 과연 진정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입시 수시전형에서 연세대·고려대 자연계 합격자 중 절반 가까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포기자가 5년 사이 최다 수준으로, 의대 선호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8일 "의대 모집정원이 축소됐지만 연세대와 고려대 자연계열 학과에서 상당수가 다른 대학 의학계열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전히 의학계열 선호도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자연 계열 정시 학과 분포에서 상위 1% 학생의 76.9%가 의대를 선택했고, 자연계 일반학과는 10.3%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널 믿고 인생 바쳐 놀았는데 너만 어떻게 의대를 가니"

이런 상황에서 뽀로로의 인스타그램 '의대 논란' 사과 영상에 누리꾼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댓글창은 "맨날 놀았다면서 메디컬은 뭐죠?"('kan***'), "난 널 믿고 내 인생을 바쳐서 놀았는데 어떻게 의대를 가니"('ain***') 등 아우성으로 가득찼다.

'rar***'가 "의대 간 건 해명 똑바로 해주세요"라고 쓴 댓글에는 하트가 7천여개가 달렸다.

"뽀로로야 너 응원하지만 의대는 진짜 많이 너무했다"('yen***'), "자숙 좀 하고 오세요"('cyj***'), "진짜 배신자 녀석"('gy_***'), "또 나만 진심으로 놀았지"('jtr***'), "너 혼자 의대 가야 속이 시원했냐"('ram***'), "기만이 레전드다"('nog***') 등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가 하면 "죄송하면 제주대 오늘 마지막 추가합격 전화 오게 해줘 제발"('_jxe***'), "공부법 좀 알려 주세요"('ros***') 등 입시생들의 애환이 담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틱톡 영상에서도 "너무 늦게 사과하는 거 아니냐"('마***'), "놀면서 의대 어케 감?"('쿠***') 등 투덜거림이 이어졌다.

대학생 김모 씨는 "뽀로로 의대 사과 영상을 보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재미있다"며 "얼마나 의대가 난리이면 뽀로로까지 이런 영상을 만들었을까 싶다"며 웃었다.

['뽀로로공식채널'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다면 뽀로로는 왜 지금 시점에서 갑자기 사과를 했을까.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뽀로로가 2023년에 20주년이었다"며 "그땐 별다른 이벤트 없이 지나갔는데 올해에는 '뽀로로 붐'을 일으키고자 전사적으로 '노는 게 제일 좋아'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축제 때 학생들이 뽀로로 주제곡을 떼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 입시를 앞둔 친구들이나 막 대학생이 된 친구들에게도 뽀로로의 소구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의대 논란' 사과 영상도 그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보면 된다. 마침 최근에 의대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해서 사과 영상을 올렸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실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가장 궁금한 질문. 그래서 뽀로로는 의대에 진학을 한 것인가.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그걸 확정지어 말하기는 애매해서 일부러 사과 영상에서도 얼버무리는 식으로 표현했다"며 웃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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