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8시 40분께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인파로 가득찬 모습. [촬영 조윤희 수습기자]
가족 단위의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거리로 들어온 차량이 한 데 뒤섞이자 인파 관리를 위해 배치된 경찰이 쉴 새 없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동하라"는 안내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노점상 음식을 사서 길가에서 먹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도 있었다.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명동성당을 찾은 라제시(52)씨 부부는 "한국에서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 명동은 처음"이라며 "명동성당이 크리스마스이브에 꼭 가야 할 곳이라고 봐서 왔다"고 했다.
해외에 거주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명동을 찾았다는 박경원(42)씨는 "오전부터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녔다"라며 "저녁 먹고 명동에 와서 사람 구경을 했고 자선냄비 기부도 했다"고 말했다.
산타 복장으로 명동을 찾은 김한빈(18)씨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친구와 같이 왔다"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하는데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중학교 1학년 백하민(13)군이 서울 홍대 거리에서 '프리허그' 글자가 쓰인 골판지를 들고 있다. [촬영 김채린 수습기자]
이날 저녁 시간의 홍대 거리도 성탄절 전야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거리 곳곳의 빈 공간은 루돌프 머리띠, 산타 모자를 쓰고 캐럴을 부르는 버스킹으로 채워졌다.
손님이 몰리는 대목을 맞아 가게들은 캐럴을 틀고 전광판 글자를 초록색, 빨간색으로 바꿨다. 가게 바깥에 커다란 산타 모형이나 크리스마스 리스를 단 곳도 눈에 띄었다.
거리 한복판에서 '프리허그'가 쓰인 종이를 들고 선 중학생 백하민(13)군은 "학교에서 내기하다가 져서 오후 4시 반부터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라며 "형들, 누나들과 좋은 기운을 느꼈다"고 했다.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거리로 나온 김민제(23)씨는 "홍대 거리를 다녀보니 좋다. 사람들이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라며 "혼자 홍대 여기저기 돌아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호주에서 온 니콜(32)씨와 글렌(42)씨는 "3주간 한국 여행을 왔는데, 호주는 크리스마스에도 더워서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6시21분께 서울 중구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한편에 마련된 아이용 스케이트장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 [촬영 김성훈 수습기자]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빙판도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헬멧을 쓴 시민들로 채워졌다. 한편에 마련된 아이용 스케이트장에도 사람이 몰렸다.
8살 아들, 12살 딸과 함께 스케이트장을 찾은 정준호(45)씨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왔다"라며 "스케이트를 탄 뒤 명동에 가서 트리 사진도 찍고 광장 시장에서 맛있는 것도 먹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스케이트장을 찾은 한성현(24)씨는 "겨울 하면 스케이트라서 스케이트장에 왔다"라며 "낮에는 잠실에서 회전목마를 탔고, 이후에는 명동에서 전광판을 구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스케이트장 앞에 놓인 15m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임태이(69)씨는 "크리스마스이브라서 설렌다. 아가씨 때 자주 오던 곳이라 시청에 왔는데, 친구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청계천도 가고, 맛있는 저녁도 먹을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어린 아이가 구세군 냄비 앞에 놓인 장식물을 들여다보는 모습. [촬영 조윤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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