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지웅은 23일 SNS(소셜미디어)에 '대홍수' 포스터 이미지를 올리고 "최근 어떤 영화에 관한 의견이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정말 X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체감할 수 있는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시대"라며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콘텐츠는 외면당한다. 아니 저주를 감당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25년 전 한 달을 꼬박 뒤지고 뒤져 도매가게에서 찾을 수 있었던 영화를 요즘에는 클릭 한 두 번에 볼 수 있다. 그들은 이야기의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애원하던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저는 그런 세대가 자초한 결핍에 관해 고소하다는 쪽이다"라고 했다.
허지웅은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돼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 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컨텐츠를 저주한다. 더불어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저주를 선택했다면 최소한의 논리는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이야기가 조목조목 싫다고 세상 구석구석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논리를 갖추는 광경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배달플랫폼에서 '우리 아기가 먹어야 하는데 내 기대와 달랐으니 너 XXX는 장사를 접어'는 식의 리뷰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창작자들에게 "그들은 당신에게 밥숟가락을 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만 당신이 고민한 시간의 1000분의 1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힘을 내라"면서 "당신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언젠가 칭찬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뒤 인류 생존에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SF재난물이다. 김다미, 박해수가 주연을 맡았고 김병우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을 선보였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