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 겨냥 유통 전쟁…네이버 신선식품·신세계 OTT 앞세워

롯데마트 제공

고객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 이후 유통업계가 ‘탈팡’(쿠팡 탈퇴) 고객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규제 당국을 중심으로 쿠팡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이탈 고객 선점을 위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21일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롯데마트의 온라인 신선장보기몰 ‘제타’는 최근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제타패스’(멤버십 월 2900원) 혜택을 네이버플러스멤버십(월 4900원)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제타패스는 롯데마트몰에서 1만5천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배송이 적용되는 구독형 서비스다. 배송 요일과 세부 시간대를 지정할 수 있는데, 평균 3시간 안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롯데마트 매장과 동일한 신선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매주 출시하는 주요 신상품을 5% 추가 할인해 준다. 네이버로서는 국내 10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롯데마트를 활용해 배송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네이버플러스멤버십 가입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 쿠팡이 주도하던 ‘신선식품’ 배달 시장에 네이버가 균열을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쓱닷컴 제공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식품 제품군과 배송 한계를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제휴를 이어왔다. 신선식품 전문 기업인 컬리와 함께 지난 9월 출시한 ‘컬리엔(N)마트’가 대표적이다. 밤 11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컬리의 인기 신선식품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상품을 이튿날 새벽 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 회원은 2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컬리엔마트’의 지난 10월 거래액은 출시 첫 달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쿠팡이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와우 회원에게 쿠팡플레이·쿠팡이츠 혜택을 줘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을 쓰는 것처럼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 업체도 있다. 쓱(SSG)닷컴은 내년부터 신규 유료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신설한다. ‘장보기 결제 금액 7% 고정 적립’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혜택을 결합했다. 티빙을 통해 예능·드라마, 프로야구(KBO리그)·프로농구(KBL리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도록 옵션 형태로 구성했다. 적립금은 쓱배송(주간·새벽·트레이더스) 상품 구매 시 쓱머니로 자동 적립된다. 쓱머니는 쓱닷컴뿐만 아니라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관계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용처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멤버십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G)마켓은 ‘주말에도 도착보장’ 배송 서비스를 지난 18일 신설했다. 금·토·일요일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는 방식이다. 주7일 배송을 통해 탈팡 이용자들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혜택을 늘려서라도 고객을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유통업계에 확산하면서, 각 기업들이 차별화된 서비스와 혜택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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