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연기로'…1년 만에 참사 현장에 선 유족들

콘크리트 둔덕 앞에 작은 생일 케이크…눈물로 편지 태워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 콘크리트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다시 찾았다.

산산조각 난 콘크리트 상판과 이리저리 휘어진 철골 구조물은 1년 전 충돌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 채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사고 여객기는 사라졌지만, 현장은 참사가 멈춰 선 순간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했다.

버스에서 내린 유가족 400여 명은 현장을 마주하자마자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참담하게 부서진 구조물을 바라보던 한 유족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현장 한켠에는 12월에 생일을 맞았던 희생자 16명을 위한 작은 케이크가 놓였다.

유가족들은 케이크 주변으로 조심스럽게 모여 떨리는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끝났지만, 정작 축하를 받은 사람들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한 남성이 "이게 생일이냐, 제사지"라며 울분을 터뜨렸고 주변에 있던 유가족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슬픔을 달랬다

유가족들은 일렬로 서서 흰 국화를 놓은 뒤 편지를 한데 모아 불에 태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그리움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고 한 여성은 그 자리에 서서 한 손을 흔들며 "안녕"이라고 말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콘크리트 둔덕 일대를 천천히 둘러보며 사고 당시를 다시 떠올렸다.

버스로 돌아가는 유가족들의 무거운 발걸음마다 쉽게 떼어낼 수 없는 미련과 슬픔이 묻어났다.

앞서 이날 오전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은폐 없는 조사, 배제 없는 참여, 예외 없는 책임이 필요하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