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김범석과 유승준, 그대들에게 모국은 '옵션'이 아니다

가수 유승준 "군대 가겠다" 약속하고는 美 시민권 따 병역 면해

쿠팡 김범석 재벌 되고도 국회 출석 거부, "국적 기회주의 전형"

미국인 마동석, 캐나다인 최우식·안효섭 '군대 안갔다' 꼬리표

김범석 사태 계기 '국적 미꾸라지' 방지법 제정 여론 살펴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78년 서울 출생,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이민, 하버드대 졸업 후 쿠팡 창립.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 재벌로 성장했으나 국적은 미국인 사람. 우리에게 '김범석'으로 익숙한 봄 킴(Bom Kim, 47) 쿠팡 의장의 약력이다.

그의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과거 X세대 댄스 문화의 상징이었던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과 닮은 구석이 있다. 한국에서 명성과 부를 쌓았음에도 결정적 순간 '미국 국적'을 방패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 선택의 결과로 한 사람은 모국에서 추방되었고, 또 한 사람은 모국 대중의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유승준과 김범석, 한국인? 미국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적은 헌법상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약속이다. 국민은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는 만큼 사회적 의무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 기본 원칙을 교묘히 피해 가는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이 적지 않다. 달콤한 수익은 한국에서 누리면서, 국민으로서 져야 할 부담 앞에서는 외국 국적을 내세우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계 외국인들의 체리 피킹(Cherry Picking: 과실만 따먹는 행태) 논란은 특히 연예계에서 단골 소재다. 마동석(돈 리), 최우식(에드워드 초이), 안효섭(폴 안) 등 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배우들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중은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났고 공인으로서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병역에 준하는 사회적 기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동석(돈 리)·최우식(에드워드 초이)·안효섭(폴 안)
[연합뉴스 자료사진]

쿠팡 김 의장 역시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기업을 키웠지만, 미국 국적을 이유로 대기업 집단 총수 지정에서 제외되며 각종 규제를 피해 가고 있다. 합법의 틀 뒤에 숨어 책임의 경계 밖에 서 있는 재벌 오너의 이런 모습은 결코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 기업으로서의 혜택은 온전히 누리면서 의무 앞에선 외국인의 지위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체리 피킹이다.

국적은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카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부와 명예를 쌓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도덕적 책임도 함께 짊어지는 것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최소한의 도리다. 권리와 의무를 분리하는 그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는 법으로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쿠팡 오너 김범석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이름은 달리 불릴 것이다. 모국과 책임을 함께 짊어진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범석'이 될지, 아니면 권리는 누리면서 의무는 미꾸라지처럼 비켜 간 '봄 킴'으로 남을지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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