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주의 16세 미만 아동은 유튜브 등 주요 SNS 계정을 소유할 수 없다. 규제 대상이 되는 플랫폼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킥, 레딧, 스냅챗, 스레드, 트위치, 틱톡, X, 유튜브 등 총 10개다. 디스코드, 로블록스, 왓츠앱 등 메시징이나 게임 목적의 서비스는 제외됐다. 규제 당국은 서비스 모니터링을 통해 향후 연령 제한 앱 목록을 추가할 수 있단 방침이다.
지난해 1월 호주에선 10대 청소년이 온라인 따돌림과 식이장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뒤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호주 연방의회는 16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오는 10일부로 정식 발효된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SNS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SNS 중독, 혐오 콘텐츠 노출, 온라인 사기,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등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루 3시간 넘게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과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할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진다. 청소년기 초기에 잦은 SNS 이용은 뇌 발달을 저해하고 감정적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대의 미미 조우 교수는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SNS는 유해해도 이목을 끌면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법적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에 따라 SNS 회사는 16세 미만의 기존 계정을 삭제하거나 비활성화시키고 신규 계정 개설은 막아야 한다. 연령 확인을 위해 정부 발급 신분증 제공을 요구할 수는 없다. 계정 유지 기간, 다른 미성년 계정과의 상호작용 여부, 얼굴이나 음성 분석 결과, 학교 시간대와 겹치는 사용 패턴 등을 근거로 아동 계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만약 기업이 16세 미만 아동의 접속을 막는 조치를 게을리할 경우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82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16세 미만 아동은 법 시행 이후에도 로그인하지 않은 채 SNS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계정이 없는 상태에선 알고리즘이나 푸시 알림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SNS 중독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올해 초 호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 한 시험 프로그램은 연령 인증 방식이 "기술적으로 모두 구현할 수 있다"면서도 "완벽한 방법은 없고 각각 위험을 수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회의적이다. 호주방송공사(ABC)가 16세 미만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2%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호주에 사는 13세 이소벨은 BBC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SNS를 이용할 수 없다면 사용 가능한 다른 앱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률 시행 몇 주 전부터 호주에선 메시징과 사진 공유 앱 등이 다운로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정책이 아이들을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더 어두운 인터넷 공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안전 기업 코리아 대표인 팀 레비는 BBC를 통해 "지금 하는 건 문제를 막는 게 아니라 미성년자의 접속을 다른 플랫폼을 옮겨놓는 것뿐"이라면서 "호주 부모들에게 이제 괜찮다고 하는 건 매우 위험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아동의 SNS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호주와 비슷한 조치를 도입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13세 미만 아동의 SNS 이동을 전면 차단하고, SNS와 AI 챗봇 이용 최소 연령을 16세로 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는 15세 미만 아동의 SNS 접근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