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빚더미'앉은 국립대병원…현금보유액도 '뚝'

상반기 국립대병원 10곳 보유현금 4469억원

순손실 규모 3472억원…작년 이어 적자 지속

지난 5월27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의정갈등으로 국립대병원이 보유한 현금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립대병원 중에선 유일하게 '빅5'(서울 대형병원 5곳)에 속한 서울대병원도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료대란 영향이 직접적으로 번졌던 지난해 주요 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된 가운데, 지방·필수의료 '최후의 보루'인 국립대병원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7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10곳의 연간 보유 현금액은 2021년 6826억원에서 2023년 5307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6475억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 4469억원까지 감소했다. 병원별 보유 현금액은 제주대병원(103억원), 강원대병원(122억원), 경상국립대병원(163억원), 충북대병원(266억원) 등 순으로 적게 나타났다.

특히 지방 국립대병원은 공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수익 창출에 한계가 분명해, 경영 악화가 심화했단 평가도 나온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취약계층진료나 고위험수술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병원의 재정악화가 공공의료 기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단 의미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3472억원으로 지난해(5640억원)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의정 갈등 사태 이전인 2023년 전체 순손실 규모인 287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국립대병원 중 유일한 '빅5'인 서울대병원조차 적자를 이어갔다. 서울대병원의 연간 순이익은 △2021년 2876억원 △2022년 97억원 △2023년 22억원으로 감소하다, 의료대란 이후인 지난해 10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대병원의 순손실액은 1356억원에 달한다.

김윤 의원은 "의료대란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데다, 지금처럼 비급여 등 불필요한 진료를 덜할수록 적자가 확대되는 기형적 구조에선 국립대병원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하다"며 "국립대병원이 보건의료체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의정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요 병원들의 경영 환경 악화가 두드러진 분위기다. 앞서 공개된 보건복지부 2023·2024 회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47곳의 적자 규모는 약 1조850억원으로, 의정사태 전인 2023년(310억원)과 비교해 35배 확대됐다. 이는 주요 의료수입원인 입원 환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입원환자 수는 1094만3559명으로 전년 대비 334만3208명 감소했는데,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병원 입원수익도 16조4030억원에서 14조5510억원으로 1조8510억원(11.3%) 줄었다.

일명 '빅5'(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병원 역시(병원명·감소율·감소인원) 서울대병원 32.8%(18만4696명), 세브란스병원 32.64%(25만7835명), 서울아산병원 32.62%(30만2347명) 순서로 입원환자 감소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빅5병원의 적자 규모는 △서울대병원 1106억원 △삼성서울병원 525억원 △세브란스병원 447억원 △서울성모병원 193억원으로 서울아산병원만 5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작년보단 어느 정도 나아진 부분도 있겠지만 지역 병원 상황은 인력 유출이 상대적으로 더 가속화되면서 병원 운영 자체가 쉽지 않다"며 "국립대병원 특성상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인 만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필수과 전공의도 지방으로 갈수록 부족해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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