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구전략 컨트롤할 인구부 필요해"
이스란 복건복지부 1차관이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기본사회'에 있고, 이를 기반해 인구정책의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 생애 주기를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인구부 설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함께 살아갈 미래, 인구정책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제38회 인구포럼을 개최했다. 오는 11일 인구의 날을 기념하고 새 정부에 인구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다.
이 차관은 축사에서 "인구정책은 국가가 (인프라) 불충분성과 격차를 해소해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갖춰 준다는 의미에서 국민주권정부의 '기본사회'와 맥락을 같이 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기본사회 실현, 인구정책 추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년)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로써 난임지원, 아동수당 점진적 확대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아동수당을 현재 8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차관은 "구조적인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여가시설, 의료요양통합돌봄 기반 등을 강화하겠다"며 "에이지테크 산업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 성장의 기회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정책보다 종합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정책의 시계를 넓힐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동·난임·노인 등은 복지부가, 학령기 정책은 교육부가 맡고 있다. 한부모나 경력단절 여성, 아이돌봄 일부 정책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 육아휴직 확대는 고용노동부, 신혼부부 청약 가점 등은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김정석 한국인구학회 회장은 "인구 문제는 구조적인 사회 체제 전환이라 복지 정책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출산만 독려할 게 아니라 모든 시기를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생애 연속성과 공공성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미래부를 설립해 정권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 차원의 공동전략을 기획, 추진하고 '인구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 정책을 사전 검토, 조정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유삼현 한양대 교수도 "가족지원 예산은 확대해야 하지만, 재원을 어디서 확보하고 어떤 정책을 우선순위에 둘 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아동수당 확대처럼 장기적으로 큰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은 효과 뿐 아니라 재정 지속 가능성, 정책간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 관점에서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진경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사무처장은 "젊은 세대는 성평등 의식이 높아졌는데 직장과 가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출산 장려 정책도 책임을 정책대상자인 여성에게 전가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특별회계 등 별도 재정을 구축해 직접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남녀 모두의 노동권과 돌봄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제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