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소년도 공동체 미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왜냐면]

지난 4일 오전 세종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원 | 대구 고산중 3학년

 

최근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격랑을 헤쳐나왔다. 일부 학교는 이 역사적 탄핵 심판 과정을 중요한 민주주의 교육 자료로 삼아 교실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나 또한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숨죽이며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기다리면서, 민주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헌법이라는 약속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헌법 조항과 여러 정치적 쟁점들을 놓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각자의 의견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결코 정치·사회 문제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존재가 아님을, 오히려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또한 선거권 연령을 ‘만 18살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에 깊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 때문에 곧 치러질 중요한 선거에서,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은 정치적으로 미성숙하여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특정 이념이나 선동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현대 사회의 정보 환경과 오늘날 청소년의 실제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시대착오적 편견일 뿐이다. 현대 청소년들은 초·중·고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 원리,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체계적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대한 정보에 손쉽게 접근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일상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토론, 학교 내 학생 자치 활동, 이번 탄핵 생중계 시청과 같은 경험들은 청소년들이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훈련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선거 참여 기회 자체가 청소년이 책임감 있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교육 과정이 될 수 있다.

전세계에서도 민주주의를 심화·발전시키고 청소년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선거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코틀랜드 등 많은 국가가 이미 전국 단위 선거에서 만 16살 이상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독일의 일부 주에서도 지방선거 등에서 만 16살 이상에게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의 정치적 역량과 잠재력을 인정하고, 미래 세대의 참여를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선거권이 없는 미성년자는 정치 과정에서 투명인간과 같다. 수많은 선거 공약들은 자연스럽게 유권자, 즉 18살 이상 국민을 향하게 된다.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거나 후순위로 밀리는 현상의 근본 원인이 바로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선거권 부여는 단순히 투표용지 한장을 더 주는 행위가 아니라, 아동·청소년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만 18살 이상’이 과연 오늘날에도 타당한지, 변화된 시대정신과 청소년의 실제 역량에 부합하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 수준 향상, 정보 접근성 증대, 사회 참여 경험 확대 등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한 청소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 역시 더 이상 과거의 관성에 얽매이지 말고,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더욱 성숙하고 포용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나가기 위해 선거 연령 하향 논의에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청소년에게도 자신의 삶과 우리가 살아갈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 우리의 목소리가 더 이상 교실 안의 외침이나 광장의 함성으로만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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