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9살 이상 어린이 결혼 허용 법안 통과…여성단체 “여성·아동 권리 종말”

2024년 8월 8일 이라크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대가 미성년 여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이라크 의회가 9살 어린이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인권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 강간의 합법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각) 이라크 당국이 21일 ‘국가의 개인 지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결혼과 이혼, 상속을 포함한 가족 문제에 대한 이슬람 법원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아동 결혼을 합법화한 것에 대해 여성 단체와 인권 단체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새로운 개정안은 미성년자의 결혼을 허용하는 종교의 권리를 인정한다. 이라크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은 여성의 최소 결혼 연령을 9살로 두고 있다. 수니파는 공식적 결혼 가능 나이가 15살이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모하메드 주마 변호사는 “이라크에서 여성과 아동의 권리는 종말에 닿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사자 하심 이라크 저널리스트도 “성직자들이 여성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우위를 점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라야 파이크 여성단체 ‘연합 188’은 “이혼한 여성은 남편이 양육비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딸을 데려가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동 결혼 문제는 이라크에서 오랫동안 문제 되어왔다. 2023년 유엔 조사 결과 이라크 소녀 28%가 18살 이전에 결혼했다.

가디언은 보수적 시아파 의원들이 주장한 이 개정안은 이슬람 원칙에 맞게 법을 조정한 것으로 이라크 문화에 대한 서구의 영향력을 줄이는 수단이라고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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