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모피코트 사진이 삭제된 까닭은

걸그룹 멤버 밍크코트 착용에 갑론을박

"밍크코트 죄악시하는 분위기 당혹스럽다"

"페이크 퍼 잘 나오는 시대에 왜 굳이…"

해외선 천연모피 금지 확산…한국은 합법

퍼 코트 입은 오마이걸 미미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모피 코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한 걸그룹 멤버가 지난 3일 SNS에 긴 모피 코트 착용 사진을 올렸다가 돌연 삭제하면서 천연 모피 소비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쏘아 올린 것이다.

잔혹한 도살 방식과 생명 윤리를 근거로 이른바 '리얼 퍼'(Real Fur : 밍크, 여우, 토끼 등 동물의 가죽을 그대로 벗겨 만든 천연 모피)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편에선 다른 동물 가죽과의 형평성이나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모피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너무 사고 싶다" vs "밍크 너무 불쌍"

지난 12일 한 패션 전문 네이버 카페에는 "미미 밍크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하***'는 "미미가 사진을 올렸다가 비판을 의식해 삭제한 것 같다"며 "도축 과정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밍크를 입는 게 무조건 욕먹어야 할 일이냐"고 물었다.

글 속의 '미미'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미(31)다. 그가 입은 모피코트가 천연인지를 두고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반응은 갈렸다.

밍크코트에 찬성하는 쪽은 "밍크가 저렴해서 너도나도 입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번질 일인지 모르겠다. 가죽 재킷은 누가 입어도 욕하지 않지 않느냐"(끄***), "살아있는 밍크의 털을 벗기는 게 문제라면 산 채로 조리되는 해산물이 제일 불쌍한 것 아니냐"(지***)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pi***는 "미미의 착용 사진을 보고 너무 사고 싶었는데, 매장에 가자마자 눈에 띄어 5분 만에 초스피드로 쇼핑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너무 불쌍해요 밍크"(다***), "한국이 밍크 소비량 1위로 올랐다는 기사를 봤어요. 세계적인 모피 소비국이래요. 덴마크에서도 소비량이 너무 줄어 다 한국으로 온대요. 저도 밍크코트가 있지만 더 이상 소비는 안 하려고요"(어***) 등의 목소리가 맞섰다.

스레드 이용자 'mu***'는 "억지로 동물 가죽을 벗긴 걸 입고 싶냐. 요즘 모피를 입으면 아이들도 무식하다고 손가락질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모피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직장인 이모(28) 씨는 23일 "최근 SNS에서 여우 머리가 그대로 달려 있는 리얼 밍크 목도리 사진을 보고 소름이 끼쳐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며 "따뜻하고 부티 난다는 댓글이 많아 놀랐다. 요즘처럼 에코 퍼나 페이크 퍼 제품이 잘 나오는 시대에 왜 굳이 리얼 퍼를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박모(33) 씨는 "개인의 자유 아닌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몇백에서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옷을 단지 유행과 인식이 변했다는 이유로 버릴 수도 없는데, 입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는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밍크코트가 있지만, 밖에서 입으려니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성모(54) 씨도 "지난달에 친정엄마께 밍크코트를 선물했는데 따뜻하다고 너무 좋아하셨다"며 "동물학대를 논하려면 동물을 먹지도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한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 유럽서 천연 모피 규제 확산…'미닝아웃' 트렌드

천연 모피에 대한 규제는 유럽에서 활발하다.

세계 최초로 모피 사육을 중단한 국가는 영국으로, 2003년 관련 산업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오스트리아가 2005년 모피 사육을 중단했다.

한때 유럽연합(EU)에서 두 번째로 큰 밍크 생산국이었던 네덜란드는 모피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기존에 예정돼 있던 산업 폐쇄 시점을 2024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겼다. 공중보건 문제와 동물 복지 논란이 맞물리며 모피 산업 퇴출이 가속화된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에는 폴란드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모피 사육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며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리투아니아는 2027년부터 시행될 모피 사육 금지법을 통과시켰고, 라트비아도 2028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법안을 도입했다. 아일랜드 역시 모피 사육을 금지하고 남아 있던 밍크 농장 세 곳을 모두 폐쇄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밍크 등 모피 제품의 사육과 제조, 판매, 착용이 모두 합법이다.

법적 허용 여부와 별개로 패션업계는 속속 '퍼 프리'(fur free)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17년 구찌를 시작으로 버버리·샤넬(2018년), 프라다 그룹(2019년), 케링 그룹 산하 생로랑·보테가 베네타·알렉산더 맥퀸(2021년)까지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퍼 프리를 선언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는 2026년부터 뉴욕 패션위크 공식 행사와 SNS, 웹사이트 등 모든 활동에서 모피 사용과 홍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그', '얼루어' 등 유명 패션 잡지를 출판하는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 '콘데 나스트'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모든 매체에서는 동물 모피를 콘텐츠나 광고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생계형 생산이나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적 관습에서 비롯된 부산물의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페이크 퍼' 자켓
['SSF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미닝'(Meaning:의미)과 '커밍아웃'(Coming out:정체성 드러내기)의 합성어로, 개인의 신념·가치관·사회적 메시지를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 방식을 뜻한다.

패션 아이템이 단순한 의복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가운데, 환경 보호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리얼 퍼는 점차 외면받는 반면,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뒤지지 않고 윤리적 부담도 없는 페이크 퍼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 유명 패션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인 송모(26) 씨는 "시즌 캠페인이나 화보를 기획할 때 리얼 퍼는 아예 검토 대상에서 배제한다"며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고 고급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리얼 퍼를 모델에게 입혔다가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리스크'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요즘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왜 이 소재를 선택했는지'까지 소비자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시대"라며 "브랜드가 어떤 윤리적 가치관을 지향하는지가 마케팅의 핵심 요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5년 1월 벨기에에서 열린 모피 반대 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녹색 소비, 동물 보호, 윤리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동물을 학대하는 방식으로 얻어진 동물의 털이나 모피 소비를 억제하자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모피뿐 아니라 일부 동물성 소재 역시 윤리적 소비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조 모피나 실제 동물 털이 아니지만 동물 털과 매우 유사한 대체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제품들은 보온성도 좋고, 실제 동물 털과 구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해졌다"고 평가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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