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미데이트 섞은 전자담배, 中·泰 10대들에 빠르게 번져
스트레스↓다이어트용 오인… 부작용 예측 안돼 더 위협적
최근 '에토미데이트'라는 마약성분을 넣은 전자담배를 피우고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걷는 중국인들의 영상이 SNS(소셜미디어)에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과다투여하면 팔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제대로 걷지 못해 일명 '좀비담배'로도 불리는데 중국·태국·일본·싱가포르에서 이 담배에 현혹되는 10대 청소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유통하다 적발된 사례가 이어지면서 경각심이 커진다. 에토미데이트는 무엇이고 과남용할 때 몸에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12일 오석경 고대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기자와 통화에서 "에토미데이트는 당초 의료목적의 정맥투여 방식으로 개발됐다"며 "이 성분을 흡입할 때의 부작용,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제품에 에토미데이트를 섞었을 때, 에토미데이트에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을 섞어 피웠을 때의 부작용 자체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위협적"이라고 경고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정맥을 통해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약이다. 현재는 프로포폴이 전신마취 유도제로 가장 널리 쓰이지만 프로포폴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에토미데이트를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오 교수는 "프로포폴은 큰 부작용이 없는 대신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어 혈압저하자에겐 프로포폴이 아닌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에토미데이트를 과남용하면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근육이 수축되고 근육의 긴장도에 영향을 미쳐 경련을 일으킨다. 선 채로 좀비담배를 피우면 의식이 저하된 채 팔다리가 흐물거리는데 좀비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에토미데이트를 장기간 투여하면 콩팥 위에 위치한 부신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부신피질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내분비계 장애가 나타나고 이를 통해 의식이 떨어지다 심하면 숨을 쉬지 못하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최근 중국에선 에토미데이트를 넣은 전자담배를 장기간 피운 15~20세 환자들의 부신기능이 크게 떨어지고 내분비계 장애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다.
부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을 만들어내는데 코르티솔 분비가 억제되면 무기력해지고 저혈압, 운동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좀비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를 억제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찌는데 좀비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돼 살도 저절로 빠진다'는 식으로 10대 청소년을 현혹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최근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압수한 전자담배의 3분의1에서 에토미데이트가 검출됐다.
남용사례가 늘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에토미데이트를 '지정약물'로 규제했다. 국내에서도 에토미데이트 오남용 사례가 잇따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고 올해 2월부터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프로포폴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그 풍선효과로 에토미데이트 불법유통이 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 교수는 "프로포폴은 지방이 많아 물처럼 수용성분을 높여 액상화하기 힘들지만 이보다 지방이 적은 에토미데이트는 액상화하기가 좀더 수월할 것"이라며 "프로포폴을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액상형 전자담배와 에토미데이트를 결합한 형태가 대체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