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측은 법정에서 "아내 방송 수입에 의존하던 '을'의 위치였다"고 주장하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이 내려지자 피해자 아버지는 "법도, 이 나라도 내 편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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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없이 강제 전역…2년간 아내 성인방송 시킨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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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부사관이었던 김모씨(39)는 2019년 12월 아내 A씨와 결혼했다. 이후 김씨는 2021년 1월 A씨를 포함한 다수 여성을 이용해 만든 음란물을 판매하다 부대에 적발돼 처벌받을 위기에 놓였다. 공개적으로 올린 음란물만 98건이었다.
하지만 군은 김씨를 처벌하지 않고 같은 해 7월 강제 전역 조치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군은 동영상 유포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하거나 경찰에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이 끊긴 김씨는 A씨를 착취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강요로 찍은 불법 촬영물을 판매하고 성인방송 출연도 시켰다. A씨가 요구를 거부하면 "나체 사진을 장인어른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결혼생활이 지옥이었던 A씨는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 성인방송 수입에 의존하던 김씨는 이혼을 거부하고 더욱 숨통을 조였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지인과 함께 있는 A씨를 찾아가거나 집에 감금하기도 했다. A씨는 집에 갇힐 때마다 지인들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김씨는 A씨 친구들에게도 성인방송 출연을 제안했다. 그는 "왜 아내를 팔아서 돈을 버냐"는 지적에 "아내가 좋아서 한다"고 주장하며 반성하지 않았다.
2년간 괴로워하던 A씨는 결국 2023년 12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당시 그는 유언장에서 '남편 감시 속에 강제로 성인방송을 했다. 별거 후에도 계속되는 협박과 금전 요구에 더 이상 살기를 포기한다'고 적었다. 김씨는 A씨 장례식장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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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을'이었다" 황당 주장…1심, 징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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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2024년 2월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서 다리 치료를 받던 김씨를 체포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씨를 법정에 세웠다.
같은 해 6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 측은 감금 혐의를 부인하며 "피고인은 피해자 방송 수입에 의존했던 '을'의 위치였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감금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다.
A씨 아버지는 법정에서 "딸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히 처벌해달라"며 "김씨는 딸을 노예로 만들어 놓고 성인방송 수입으로 산 고급차와 명품 옷, 운동화로 과시하고 다녔다. 저는 딸이 숨진 뒤 약을 먹지 않으면 잘 수가 없다. 직장도 그만둔 상태"라고 호소했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이 사건 범죄는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됐다. 피해자 아버지를 포함한 유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도 "피해자 사망 직전까지 같이 있었던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뿐만 아니라 팬 또는 다른 BJ와의 관계나 방송 스트레스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라고 판시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적용됐던 강요 혐의가 빠진 것도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 구속 당시 경찰은 김씨가 성인방송과 음란물 촬영을 강요한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A씨 사망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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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었는데 3년이라니"...딸 잃은 아버지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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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아버지는 "사람이 죽었는데 3년이 뭐냐고. 내가 이 사회 가만히 안 놔둬. X 같은 세상. 이게 법이냐"라고 소리친 뒤 "법도 내 편이 아니고, 이 나라도 내 편이 아니란 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검찰은 "피고인을 더욱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자를 간접적으로 살해한 것과 다름없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항소2-1부(이수환 부장판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1심 양형이 부당하다'고 항소하면서 '피해자가 성인방송 출연에 고통받다가 극단적 선택한 상황도 양형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인방송 출연을 강요했다'는 내용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형을 가중하면 죄형 균형 원칙과 맞지 않아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