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가족이 尹부부 비판 글 올린 사실 나중에 알았다"

국힘 당무위 '당게 사태' 조사 결과 발표에 해명…"글 올린 게 잘못은 아냐"

당내 엇갈린 반응…"김병기 사임날 재뿌리기" vs "정계은퇴 해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촬영 김주형] 2024.12.16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노선웅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30일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른바 '당원게시판(당게)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글이 작성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게 사태'는 작년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며 당게 사태와 관련한 한 전 대표의 책임을 공식 확인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오늘 당무위에서 마치 제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당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이번 사안의 전말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과 정치적으로 결별하기 전에는 오히려 '우군'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폈다.

한 전 대표는 "작년 말 소위 '김옥균 프로젝트'라고 저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여러 공격이 있었을 때 당시 제가 신뢰하던 장동혁 의원에게 이 (당원 게시판)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장 의원이 여러 방송에 나가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설명했었다"며 "장 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서 정치 공세를 위해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과 대화하는 한동훈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장동혁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12 utzza@yna.co.kr

지난 1년간 왜 전말을 밝히지 않았냐는 질문엔 "게시판은 당에서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해준 것"이라며 "정부나 권력자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사람이 누군지 나중에 색출하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답했다.

당원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만약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판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저를 비난하시라. 가족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당무감사위 발표를 놓고 당내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하필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임한 날에 이뤄진 이호선(당무감사위원장)의 당무감사 발표에, 고의라는 의심까지 드는 그 정무적 판단이 놀랍다"며 "이렇게 연달아 재를 뿌리기도 참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장 대표가 발탁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라며 "겨우 이런 수준의 인간이 잠시나마 국민의힘을 대표했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고 썼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 한 전 대표 가족들이 자신에 대한 비방글도 쓴 것으로 확인됐다며 "좀 음습한 곳에서 또 다른 자아로 괴팍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라고 여기겠다"고 비난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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