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내…" 무안공항 울음 가득, 이름 부르자 터져 나온 통곡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 엄수…희생자 호명에 유가족 오열

12ㆍ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
(무안=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9일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열린 12ㆍ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2.29 scoop@yna.co.kr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시각을 알리는 추모 사이렌이 무안국제공항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공항 1층과 2층에 흩어져 있던 유가족과 추모식 참석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1년 전 오늘의 그 사이렌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을 가족을 떠올리며 공항 안은 순간 정적에 잠겼다.

여객기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정면충돌하며 온전한 작별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이 공항 안으로 되살아났다.

'집으로 오는 길'을 주제로 한 추모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은 흐느낌과 절규로 뒤섞였다.

스크린에는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걷는 남성의 뒷모습과 무안으로 향하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여정이 비쳤다.

이어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릴 때마다 객석 중앙 통로에는 고인의 이름이 적힌 탑승권이 하나씩 바닥에 놓였다.

"살려내! 살려주란 말이야!"

그리운 이름이 울려 퍼질 때마다 유가족 사이에서는 참아왔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옆에 앉은 가족에게 몸을 기댄 채 흐느끼거나,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군 이들의 모습이 공항 안 곳곳에서 이어졌다.

12ㆍ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
(서울=연합뉴스) 29일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열린 12ㆍ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2.29 [공동취재] photo@yna.co.kr

울음을 참다못한 한 50대 여성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오열했고 참석자들 대부분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쳤다.

쉴 새 없이 통곡이 이어지자 공연에 임한 배우들조차 눈물을 흘리며 무대를 이어갔다.

곧 도착한다는 가족의 메시지에 "왜 전화가 안 돼?"라고 수없이 되묻던 그날의 기록이 스크린을 통해 재현되자 공항 안은 더 깊은 울음으로 잠겼다.

바닥에 가지런히 놓였던 탑승권은 하나둘 정리되고 파란 리본으로 묶인 추모 메시지 박스가 유가족들의 손에 전달됐다.

가수 이은미의 노래로 추모식이 막을 내렸어도 유가족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무대 위 세워진 가족의 명패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유가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179명이 다시 모두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179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이 끝내 밝혀지고 책임이 반드시 물어질 수 있도록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콘크리트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유가족 메시지박스 전달
(무안=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ㆍ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김민석 총리에게 유가족의 메시지를 담은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2025.12.29 iso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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