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의무 채용의 역설?…"지방대 취업 확률 오히려 4%p↓"

재정학회 논문…"이미 높은 채용 비율·경쟁 심화로 정책 효과 제한"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지방대 졸업생 취업 확률 개선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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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안채원 기자 = 지방대학 졸업생의 공공기관 취업 확대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제도가 도입됐으나 ,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 확률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5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고은비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과 전병힐 한국외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재정학연구에 실린 '지역인재 채용 제도가 지방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2011~2019년 자료를 활용해,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가 시행된 2018년을 기준으로 제도 도입 전후 지방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를 심층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이후 지방대 졸업생의 전체 기업 취업 확률은 제도 도입 이전보다 약 4.1%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책의 직접 대상인 공공기관 취업에서도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 확률은 도입 이후 약 1.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세분화한 분석에서도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이후 지방대 졸업생은 졸업한 지역 내에서의 취업뿐만 아니라 타지역으로의 취업 확률까지 모두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공공기관들이 법적 의무화 이전부터 이미 지역 인재를 상당한 비율로 채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2018년 법정 의무 채용 비율은 18%였지만, 2017년 기준 공공기관 신규 채용 중 비수도권 지역 인재 비중은 이미 53.9%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제도 도입이 실제 채용 구조에 미친 추가적 영향은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과의 취업 준비 격차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7년 이후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이 동시에 확산하면서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나 자격증 등 취업 준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 취업 경쟁에서 지방대 졸업생의 상대적 우위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전 공공기관 일자리가 비교적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면서 해당 비수도권 지역뿐 아니라 타지역 인재까지 지원자가 늘어나 전반적인 경쟁률이 상승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지방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인다는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면서 실제로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방대학의 학생 역량을 강화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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