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피해' 모두 경험한 청소년 38% "부모에게 폭력 써봐"

무경험자의 4배, 욕설·물건 부수기 '최다'…"신체 폭력 무시 못 할 수준"

"가깝고 안전한 대상인 부모에 감정 전가…개인 아닌 가족 단위 지원해야"

학교ㆍ학원 폭력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학교폭력(학폭)을 경험한 청소년의 상당수가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교에서 겪은 폭력이 집으로까지 전이되는 양상으로, 학생 개인이 아닌 가정 단위에서의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 신나은·강현지·김요한은 한국청소년연구 제36권 4호에 게재한 '학교폭력 경험이 청소년의 부모 폭력에 미치는 영향: 학교폭력 경험 유형 간 비교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세 저자가 만 13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 1천5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폭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모두 495명(31.9%)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피해만 봤다고 답한 사람은 151명(9.7%), 가해만 했다고 한 사람은 79명(5.1%), 가·피해 경험이 모두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5명(17.1%)이었다.

이들 학폭 경험자 가운데 부모를 폭행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1%였다. 학폭 무경험자의 부모 폭력 비율(9.4%)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학폭 가·피해 경험이 모두 있는 응답자의 부모 폭력 경험 비율은 38.9%였는데 이는 무경험 집단의 4배에 달한다.

학폭 피해 집단은 21.9%, 가해 집단은 16.5%가 부모에게 폭력을 쓴 적 있다고 답했다.

저자들은 "학폭 피해와 가해 경험이 중첩된 청소년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좌절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채 부모처럼 가깝고 안전한 대상에게 그 감정을 전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학폭 가·피해 중복경험자를 별도의 고위험군으로 인식하고 이들에 특화된 개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학폭 고위험군 청소년에 대한 개입 역시 청소년 개인에만 국한하지 말고 부모를 포함한 가족 단위의 지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당 연구 조사 대상 청소년의 부모 1천552쌍 가운데 자녀에게서 폭력을 당해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총 248명(16.0%)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욕설 등의 심한 말을 했다'가 11.9%로 최다였고 '물건을 부수거나 발로 걷어찼다'(6.1%)가 두 번째로 많았다.

'세게 밀쳤다'(5.7%), '부모를 향해 물건을 집어 던졌다'(4.8%),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렸다'(3.7%) 신체적 폭력 경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청소년기 부모에 대한 언어적 폭력이 상대적으로 빈번히 발생함을 시사하며 신체적 폭력의 빈도는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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