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업 쇠퇴 틈타 中 해양굴기' 인식…전함 재도입, 항모·잠수함 확대
中의 남중국해 장악·대만해협 충돌 가능성 대비한 억지력 확보 포석일수도

[AFP 연합뉴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함을 매일 4척씩 건조할 정도였지만, 이후 국내 조선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군함 건조 능력이 떨어졌다. 이를 틈 타 군함 건조를 늘린 중국에 해군력을 따라 잡혔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여전히 세계 최대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에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세계에 전력이 분산된 미국으로선 중국이 집중하는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낡고 지치고 구식이 된" 미 해군 함대를 황금함대로 재편함으로써 제해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꺼내든 카드다.
해군력의 '르네상스'라는 의도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사에서 한물간 전력인 전함(battleship)의 재도입을 선언했다.
수많은 함포와 두꺼운 장갑을 두른 전함은 한때 미 해군력의 상징이었다. 각 주(州)의 이름을 딴 아이오와·미주리·위스콘신·앨라배마호 등이 태평양 전쟁 등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전함의 함포 사격은 작전 수행 반경과 정확도 등에서 항공모함에 탑재된 전투기나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미사일에 밀리면서 전략적 효용 가치는 떨어졌고, 1994년 이후 미국은 전함을 건조하지 않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도입하겠다는 전함은 이를 보완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크루즈 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등으로 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도입될 배수량 3만~4만t 규모의 '트럼프급' 새 전함은 "가장 빠르고 가장 크며,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보다 100배 더 강력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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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집권 때부터 전함 재도입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첫해 말 이를 구체화했다. 첫 전함 건조에는 2년 반 정도 걸리며, 2척으로 시작해 20~2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전함이 함대의 기함 역할을 다시 맡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항공모함을 3척 더 건조 중이며, 잠수함도 12~15척 건조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동성을 갖춘 프리깃함(호위함)도 새 모델을 개발해 전함 주위에 배치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한국 기업인 한화가 참여한다고도 소개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첫 사업이 황금함대 구축과 연결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처럼 미 해군을 질적·양적 측면에서 강화하려는 것은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주변에서의 충돌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측면이 짙다.
백악관은 이달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전세계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이 매년 남중국해를 통과한다"며 이 곳에서의 "유리한 재래식 군사 균형이 전략적 경쟁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제1도련선 어디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도련선은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중국 연안 섬들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침략'의 주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지목한 맥락이다.
백악관은 또 "경쟁국 중 어느 한 국가가 남중국해를 장악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잠재적 적대 세력이 세계 최대의 상업 항로 중 하나에 통행료 체계를 부과"하거나 "마음대로 폐쇄"할 경우를 우려했다.
'경쟁국 중 한 국가'나 '잠재적 적대 세력' 역시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백악관은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군사력(특히 해군력)에 대한 추가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황금함대가 구성될 경우 주로 인도·태평양 해역에 전개될 것으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곳에서 해군력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확장주의' 또는 '현상변경 시도'에 맞설 억지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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