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21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제안을 공유하며 “우리 사회가 아동인권을 얼마나 만만하게 취급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살인, 강도, 강간 등 흉악범죄 때문에 촉법 연령을 낮춘다는데, 정작 그 범죄는 전체의 5~8%에 불과하다”며 “일부를 근거로 전체 틀을 바꾼다고?”라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성인 재판과 똑같이 받으라고 하면 우리 사회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며 “청소년을 성인사법으로 끌어가는 정책은 범죄 감소에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라는 연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결코 소년범이 예뻐서 그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촉법 연령을 내려서 형사사법에 더 많은 소년을 유입시키는 것은 쉽지만, 그 뒤의 부작용 역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한다”며 “촉법 소년 연령을 섣불리 손대기 전에 재범을 어떻게 줄일지부터 먼저 들여다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촉법소년 제도는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과 관련해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있다”며 “‘나는 촉법소년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사고치고 다니는 영상도 있더라. 이런 부분에 대한 내부 검토가 이뤄졌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 정 장관은 “최근에 논의하진 않았다”며 “국회에 촉법소년 연령을 14살 미만에서 12살 미만으로 내리자는 법안도 발의돼있는데, 찬반이 갈리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도 입장을 물었고 원 장관은 “아직까지는 청소년을 보호와 성장의 개념으로 보고 조금 더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성착취물 제작·배포도 촉법소년 문제가 걸려있다”며 “국무회의에서 다시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진보당 청소년특별위원회 김도현 위원장도 19일 성명을 내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 지시는 청소년을 범죄의 책임자로만 보는 위험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촉법소년 제도는 청소년의 발달 특성과 교정 가능성을 전제로, 처벌이 아닌 보호와 회복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진 제도”라며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연령 하향부터 꺼내 드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책임 전가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청소년 범죄의 원인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빈곤과 차별, 학습·돌봄의 공백, 지역과 가정의 불평등 등 사회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며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른 처벌이 아니라, 더 촘촘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