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율권 준 내란재판부법안…"위헌성 덜어"·"문제 여전"

'외부·콕 찍는' 판사추천위 없애고 판사회의서 판사 수·요건 등 기준 마련

법조계 "사실상 판사회의에 일임…'무작위 배당'으로 운영될 가능성 열어놔"

어쨌든 尹 겨냥한 사후 재판부…"평등원칙 침해 소지 여전·왜 굳이 법으로"

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본회의 상정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법이 상정되고 있다. 2025.12.22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고 법조계에선 전담재판부 구성과 관련해 위헌성 소지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엇보다 재판부 구성의 기준에 대해 법원 판사회의에 공을 대부분 넘기면서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란·외환·반란죄 전담재판부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될 길이 열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여전히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부 구성이란 점에서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고법, 오늘 대법 예규 관련 전체판사회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울고등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대법원 예규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 판사 회의를 열 예정인 22일 서울고법이 있는 서울법원청사의 모습. 2025.12.22 mon@yna.co.kr

이날 국회 본회의에 최종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기존 민주당 안과의 핵심적인 차이는 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를 없앴다는 부분이다.

대신 내란전담재판부를 둘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의 수와 판사 요건 등 구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기준에 따라 사무를 분담해 판사회의 의결을 거치고, 법원장이 이에 따라 전담재판부 판사를 보임하는 내용이다.

사법부에선 법원 밖의 인사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할 여지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위헌성 소지를 일정 부분 덜어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원 관계자는 "외부인이 후보 추천을 통해 판사를 구성하고 그 판사들이 특정 사건을 맡는다는 점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위헌성 우려가 가장 컸는데, 그런 부분에서 위헌성은 상당히 없어진 게 맞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존에 법원 내부에서 사무분담 정하듯 한다는 점에서 위헌성은 많이 사라진 것 같고, 전담재판부도 2개 이상을 두도록 했으니까 나름대로 임의 배당 비난도 피할 여지가 생긴다"고 밝혔다.

실제 내란 재판을 맡게 될 법원 판사회의가 그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법원에 자율성을 준 법안이란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를 지명·추천하는 방식, 이른바 '특정해서 꽂아놓는다'는 식의 표현들이 다 빠졌다"며 "그 틀을 판사회의가 만들 텐데 민주당 기존 안대로 판사를 미리 뽑아두는 방식으로도 될 수 있고, 진용만 짜둔 상태에서 무작위 배당을 하는 식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용하기에 따라서 위헌성 여지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대법원 예규가 정한 대로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대법 예규처럼 흘러갈 가능성도 높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종 법안에서 전담재판부 구성을 규정한 9조 4항은 '1항부터 3항까지 규정한 사항 외에 전담재판부 구성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 예규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해뒀다.

당초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 재판에 관한 법률임을 명시한 기존 법안과 달리 최종안은 '내란, 외환 및 반란 범죄 중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사건'을 적용 대상으로 정한 점도 차이다. 이는 지난 18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놓은 예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 이름 역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을 빼고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바꿨다. '처분적 법률'(특정한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22 mon@yna.co.kr

다만 일각에선 그 방식과 상관없이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하나만을 위한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위헌적 요소가 많이 해소됐다고 해도 사전에 배당에 대비해서 어떤 재판부를 선정하고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한 사건만을 위해 재판부를 출범시키는 선례가 생기면 다른 사건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 역시 "피고인 입장에선 이 사건을 할 재판부가 나중에 꾸려지는 셈이란 점은 마찬가지니까 어떤 의도나 성향, 이런 부분이 시빗거리가 될 경우 평등의 원칙이나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을 할 수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내란 사건은 40여년 전에 하나 있었고 언제 다시 있을지도 모른다. 비상계엄 하나의 사건을 대상으로 해서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재판부 법안"이라며 "아무리 전담재판부라 이름 붙여도 특별재판부고, 위헌성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위헌 논란 속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예규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져 실효성을 잃었다거나 법조문만으로는 재판부 구성에 관한 점이 불분명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판사는 "법을 추상화해 아무도 예측 못하는 재판 구성을 왜 입법으로 통해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이 재판을 통해 적법하게 처벌받는 게 목적인데 재판부 구성에서부터 어떤 빌미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지금 대법원 규칙에 따르더라도 판사회의에서 사무분담 기본원칙을 정하도록 돼 있고, 일정 부분 현재 정기인사 때 사무분담과 비슷해 보인다"며 "굳이 법으로 할 실익이 뭐가 있나. 굳이 따지자면 해당 재판부가 다른 사건은 안 한다는 내용 정도가 있을 텐데 그런 건 대법원 예규에도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법안 상정에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시도 자체가 위헌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다만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 무제한 토론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토론 종결 표결을 실시할 수 있어 법안은 23일 본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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