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前수방사령관 尹재판 증인…작년 11월 '尹 구중궁궐' 메모
"尹, 의원 체포 지시 안했다…기억 왜곡" 검찰·법원 진술 뒤집어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2.6 utzza@yna.co.kr
이날 이 전 사령관은 기존 검찰 조사 및 법정에서 내놓은 진술에 대한 기억을 혼동하는 와중에도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총', '4명에 1명씩' 등 파편적인 단어들이 기억이 난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5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4명이 들어가면 1명 들어낼 수 있지 않느냐',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 없는지 묻는 변호인 측 질의에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을 총쏘라든가, 국회의원 체포하라고 그러면 어느 군인이 그것에 반응하느냐"고도 했다.
이는 그간 해당 법정에서 수방사 관계자들이 내놓은 진술과 배치된다.
조성현 육군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지난 4월 해당 재판에 출석해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바 있다.
오상배 전 수방사령관 부관도 지난 5월 법정에서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의 통화를 옆에서 들었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 및 군사법원에서 내놓은 자신의 증언에 대해 "기억이 왜곡됐다"며 일부 진술을 번복하며 정정하기도 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지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총', '4명이 한명씩', '문 부수고 들어가라'는 말은 정확히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이는 그가 지난 5월 군사법원에서 내놓은 진술에서 다소 수위를 낮춘 것으로, 지난 5월 군사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 가서 4명이 1명씩 들고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한 말도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부관이 알려줘서 기억났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검찰 조사에서 '체포'라는 말을 썼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했다.
이 전 사령관은 "(조사에서) 체포하란 말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아니다"라며 "TV를 보고 조사를 받다 보니 그렇게 상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병력 건드리면 체포하라, 끄집어내라'고 제가 말해놓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얘기했다"며 "왜곡이란 것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당시 진술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캐묻자 이 전 사령관은 "그만큼 왜곡되고 상상한다는 것"이라며 매일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니 기억이 오염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재차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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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약 한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국방부 장관 공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만취한 상태로 "나는 꼭 배신당한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푸념을 했다는 진술도 내놨다.
이후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에 해당 모임을 기록하며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는 표현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사람이 고립돼있으면 오해도 하고 의심도 하는구나, 대통령이면 제일 어른인데 참 인간은 같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같은 날 공관 모임 당시 국회와 선서관리위원회 등 병력이 출동할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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