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등을 포함한 교육공무직(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 때마다 일각에선 학생을 볼모로 급식 대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빵·우유 등 대체식을 먹는 불편함보다, 급식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은평구 청소년 언론 ‘토끼풀’의 기자로 활동하는 중학교 1학년 이윤서양과 3학년 문성호군은 지난 20~21일 진행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에 앞서 학생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고 한다. 지난 11~15일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50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양은 “평소 주변 친구들이 반찬 투정을 하는 등 급식에 대한 불만 섞인 얘기를 하기도 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며 “학생들이 파업 문제를 이렇게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을 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응답자 다수는 급식 노동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부족한 인원으로 수백~수천명 학생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임금이 너무 적다”, “안전사고 문제” 등 노동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양은 “초등학교 시절 여러 차례 급식 파업이 있어서 샌드위치 같은 대체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며 “부모님들은 영양소가 불충분하다고 걱정할지 몰라도, 진짜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급식 선생님들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양은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휴게 시간은 꿈도 못 꾸고 점심도 10분 만에 먹고 일한다고 했다”며 “교육부·교육청이 하루빨리 처우를 개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급식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에 의존하는 구조가 불편하게 여겨졌다고 했다. 문군은 “해마다 파업을 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메뉴가 간소화되거나 급식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급식의 높은 질이 급식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거라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 저임금 등 노동조건의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올해 상반기 발표한 학교 급식실 실태조사(6849명 설문)를 보면, 응답자의 60.5%가 조리 실무자 1명당 100~150명의 식사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최근 1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92.1%에 달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20~21일에 이어 다음달 4~5일에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최저임금 이상 기본급 지급, 방학 중 무임금 문제 해결,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및 생명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