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은 '강제수용법'…의료사고 더 늘 것" 의사 반발 - Supple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은 '강제수용법'…의료사고 더 늘 것" 의사 반발

김윤 의원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대표발의

'응급실 수용능력 확인 규정' 삭제

수용 불가 이유 사전고지제도 도입

응급의학계 반발…"응급환자 치료 아닌 '수용'에만 치중"

지난 1월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환자 이송이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맴도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막기 위해 국회가 대책을 내놨지만, 응급의학계에선 의료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란 반발이 거세다. 응급실 내 여력이 없어도 사실상 환자 수용을 강제화하는 법안이란 목소리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잔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되 응급의료기관이 수용 불가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도입하고,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당직전문의 등이 최소 2인1조의 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만 해도 응급의료 현장에선 중증외상·심근경색·뇌졸중 등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이송을 구조사가 사전에 '고지'하는 용도로 전화 연락이 이뤄졌다. 지금처럼 병원이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목적이 아닌, 환자 상태를 알리고 응급실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팬데믹을 겪으며 구조사가 응급실 수용 능력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가 자리 잡았는데, 이에 외려 응급실 이송이 어려워졌단 목소리가 있어왔다.

그러나 응급의학계에선 국회가 내놓은 대책이 응급환자의 치료가 아닌 '수용'에만 치중됐단 지적이 나온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외부에선 '병원이 (병상 등) 여유가 있는데도 환자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환자가 응급실에 가는 목표는 '치료'지 수용이 아니"라며 "서울대병원 응급실만 봐도 환자들을 빽빽하게 세워 밀집만 시킨다고 가정하면 1000명까지도 '수용'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00 만큼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가 60~70 수준밖에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 9월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홍 교수는 이어 "(법안 내) 환자 수용이 불가한 '정당한 사유'를 정해야 한단 내용도 너무 추상적"이라며 "응급실 과밀화와 불필요한 전원 없이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한 때에 응급실에 들어올 수 있는 중간점을 잘 찾아야 한다. 정당한 사유를 무엇으로 정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찬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변인은 "수용불가 사전고지제도는 강제수용과 같은 말로, 응급실이 사전에 고지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단 다 수용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하겠단 뜻"이라며 "법안대로면 재이송 판단을 위한 119 대기가 일상화되고, 병원 간 이송에 필요한 사설 구급차(EMS) 비용은 환자에게 전가돼 본인부담금이 크게 증가한다.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은 이송으로 의료사고도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종 치료를 위한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단 내용에 대해서도 "최종 치료 책임을 응급의료에 전가하는 건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라며 "응급센터에 2인 근무를 두려면 최소 1800명~2500명은 필요한데 이는 인력수급 불가로 비현실적이다. 의료진 법적 부담 완화,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한 119 유료화 등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선 각 병원 응급실과 119구급대 간 전용 전화(핫라인)를 개설해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신속히 확인하는 등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된 바 있다. 이 법은 내년 5월 시행된다.

다만 해당 개정안에 대해서도 응급의학계에선 "행정력 낭비"란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최근 성명에서 "응급실 핫라인은 이미 구축돼 있고 응급의료정보도 중앙응급센터에서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로 전송 중"이라며 "이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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