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만에 감염 여부·유전자형 감별…현장 방역 속도 ‘획기적 개선’

정부가 민간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가성우역(假性牛疫·Peste des petits ruminants, PPR) 유전자 진단키트를 상용화했다. 치명적인 해외 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기술로, 단 8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감별이 가능해 향후 방역 대응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메디안디노스틱과 공동으로 가성우역 유전자 감별진단 기술을 개발해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27일 밝혔다.
가성우역은 염소와 면양 등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고열과 콧물, 침 흘림,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다 대부분 폐사하는 치명적 질병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몽골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발생이 이어지면서 국내 유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역본부는 가축전염병 진단 경험이 풍부한 민간기업과 협력해 2023년 말 유전자 감별 정밀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국내 미발생 질병의 특성상 시제품 효능평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바이러스를 확보하고 임상실험을 진행, 올해 10월 제조 허가를 취득했다.
이번 진단키트는 가성우역 감염 여부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만 유행 중인 유전형으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Ⅳ형 유전자를 추가로 식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감염 바이러스와 백신주를 구분할 수 있어, 발생 시 불필요한 살처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기존 전장 유전체 분석법이 최소 일주일 이상 걸렸던 것과 달리, 새 진단법은 8시간 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장 방역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가성우역 긴급행동지침을 마련하고, 가축방역관과 농가를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강화해왔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까지 긴급 백신 비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이번 진단기술을 통해 가성우역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감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방역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