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의령·진주서 소 힘겨루기…"전통문화" vs "동물학대" - Supple

추석연휴 의령·진주서 소 힘겨루기…"전통문화" vs "동물학대"

논란 의식 소싸움 명칭·협회 이름 변경…일부 지자체 대회 중단

소싸움 금지 청원 제기…무형유산·지역경제 활성화 역할 의견 맞서

진주 소 힘겨루기대회
[진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올해 추석 연휴에 경남 의령과 진주에서 '소 힘겨루기 대회'가 예정된 가운데 소 힘겨루기를 두고 '전통문화 계승'과 '동물 학대'란 의견이 여전히 맞서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내달 추석 연휴 의령과 진주에서 소 힘겨루기 대회가 열린다.

의령군은 내달 7∼9일, 진주시는 내달 8∼12일에 각 지역에 있는 소 힘겨루기 상설경기장에서 대회를 개최한다.

소 힘겨루기대회는 싸움소 두 마리가 뿔을 맞대고 힘의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삼국시대 때 유래됐다는 설이 있을 만큼 오랫동안 이어진 우리 전통문화로 평가받는다.

특히 과거 농경 문화가 발달한 경남지역에서는 의령과 진주를 비롯해 창원과 창녕 등에서 소 힘겨루기 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올해 창원시는 지난 5월에, 창녕군은 지난 4월에 각각 전국 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 동물보호 움직임을 타고 소 힘겨루기 대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싸움소가 경기하면서 출혈 등 외상을 입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각종 가혹행위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 탓인지 2022년 의령군은 원래 대회 명칭이었던 '소싸움 대회'를 '소 힘겨루기 대회'로 변경했다.

이어 대부분 지자체에서 소싸움 대회 명칭이 소 힘겨루기 대회로 바뀌었고, 한국민속소싸움협회은 아예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로 협회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동물 학대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상 소 힘겨루기는 사행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대회 사행성에 대한 지적도 계속됐다.

지난 7월에는 소 힘겨루기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동물 학대, 소싸움 전면 금지 및 관련 조례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국회 전자 청원에서 5만명 이상 동의를 받기도 했다.

청원인은 "소싸움에 동원되는 소들은 반복적인 훈련과 강제적 충돌 속에서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며 "폭력의 전통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학대의 행위가 '관광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금까지 지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싸움 금지를 위한 관련 법령 제정과 현행 조례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당·동물관련단체 '소싸움 중단하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회를 열지 않는 지자체도 늘었다.

과거 총 6개 시군에서 대회가 열리며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소 힘겨루기 경기가 열렸던 경남지역에서는 함안군과 김해시가 몇 년 전 대회 운영을 중단했다.

특히 2년마다 100마리 내외의 지역 각지 싸움소들이 참여한 전국 규모 대회를 치렀던 함안군은 2022년 제18회 대회를 끝으로 경기 자체를 열지 않는다.

함안군 관계자는 "동물 학대 논란과 사행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고, 상설경기장도 없는 지역 특성상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임시로 설치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실익이 낮다고 판단해 대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통문화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소 힘겨루기대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의령군지회 관계자는 "의령에서는 소 힘겨루기 대회가 1800년대부터 추석마다 열렸고, 실제로도 민속놀이와 같은 무형유산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대회는 싸움소가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하는 양상으로 개최되고 있다"며 "소뿔을 날카롭게 깎는 등 부상 우려가 높은 행위를 금지하고, 싸움소가 힘에서 밀려 등을 보이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도록 하게끔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내 소 힘겨루기 대회를 개최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소 힘겨루기 대회로 지역 방문객 숫자가 늘어나면서 지역 농특산물 판매가 증가하는 등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며 "법적으로 금지된 대회가 아닌 만큼 싸움소가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토요 상설 진주 소싸움 모습
[진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jh23@yna.co.kr

조회 2,087 스크랩 1 공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