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VIP 노출 방지”…윤석열 ‘지각 출근용’ 의심 비밀통로 문건 확인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동쪽에 설치된 비밀통로 진입로와 엄폐용 시설. 윤석열 전 대통령 때인 2022년 11월에 만들어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VIP 이동 동선 노출방지를 위한 진입로 개선.”

2022년 7월15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소속으로 국방부를 담당하는 800군사안보지원부대 부대장이 ‘비밀사업 확인서’를 작성했다. 사업명은 ‘대통령 집무실 동측 진입로 개선 사업’으로 평이했지만, 실제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비밀리에 드나들 수 있도록 길을 내고 엄폐용 시설 등을 설치하는 공사였다. 비밀사업 확인서 작성 날짜는 윤 대통령이 취재진과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일시 중단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방부 제출 문건을 통해 이 시설물이 대통령 출근 모습 등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비밀통로였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의 지각 출근을 감추기 위해 ‘위장 출근 차량’을 여러 차례 운행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윤 의원이 공개한 비밀사업 확인서와 계약서를 보면, 800군사안보지원부대장은 “대외 노출시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비밀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 근무지원단은 그해 7월27일 현대건설과 연결통로 및 토목·조경 공사 계약을 했다. 준공일은 11월23일이었다. 대통령실은 비밀통로 준공 이틀 전인 11월21일 약식 회견을 전면 중단했다. 동시에 약식 회견이 이뤄지던 청사 1층 로비와 기자실을 가로막는 벽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의 출근 정보를 차단한 셈이다.

비밀통로와 엄폐물은 집무실 중앙 현관을 기준으로 청사 오른쪽(동쪽) 지하 1층 출입구 쪽에 만들어졌다. 외부 계단을 없애고 그 자리에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도로를 깔았다. 차량과 탑승자를 가리기 위한 가림막도 설치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경호를 위한 동선 다변화”를 주장했지만, 현재는 우천시에만 이용하는 정도라고 한다. 공사 내용을 아는 업체 관계자는 “대통령을 위한 비밀통로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윤 의원실에 밝혔다고 한다.

국방부는 현대건설에 공사비로 3억8388만원을 집행했다. 애초 국방부 청사였다가 관리 주체가 대통령실로 넘어갔지만, 공사비는 엉뚱하게 국방부 예산을 끌어다 쓴 것이다. 2022년 10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국방부는 “공사 진행 구역은 국방부 관리 토지”라고 해명한 바 있다. 2021년 이후 최근까지 국방부가 현대건설과 계약한 공사는 이 건이 유일했다. 현대건설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공사비 일부를 대납했다는 혐의를 사고 있다. 윤 의원실이 대통령기록관에서 제출받은 문건을 보면, 윤석열 경호처와 현대건설 사이 계약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많은 36억여원(4건)이다. 윤 의원실은 올해 국정감사에 윤영준 전 현대건설 대표를 증인으로 세운다는 방침이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차량 출입구 공사 관련 비밀사업 확인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