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위로된다던 그들…석 달 만에 등 돌린 채 결별

임은정 동부지검 파견 백해룡, 갈등 끝 이번 주 원대 복귀

李대통령 지시로 꾸려진 '검경 어벤져스', 기대 모았지만 파국으로

백해룡 경정(왼쪽)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촬영 황광모] 2025.10.27 [촬영 김인철] 2025.7.4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합동수사단'에 파견됐던 백해룡 경정이 경찰로 복귀한다. 파견 초반 임은정 동부지검장과의 화려한 공조 가능성에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파열음만 남기고 빈손으로 갈라서게 됐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백 경정은 오는 14일 검찰 파견을 마치고 원 소속인 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일단 돌아갈 예정이다. 파견을 한 차례 연장했던 백 경정은 이번에는 복귀를 강하게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검사장 역시 백 경정의 파견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이 무혐의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합수단은 곧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

검찰과 경찰의 대표적인 '내부고발자'로 여겨졌던 두 사람은 시민단체 시상식 등에서 조우하며 친분을 쌓았다. 임 검사장은 동부지검장에 취임한 지난해 7월 백 경정을 초청해 마약 의혹 합동수사팀과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로 눈빛만 봐도 위로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임 검사장에게 연대감을 표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백 경정을 콕 집어 합동수사팀 파견을 지시하자 여권 지지자 사이에서는 "검경 어벤져스"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각자 조직에서 나름의 '신념'을 입증한 이들이 세관 마약 밀수 의혹 수사에 윤석열 정부 기관들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속 시원히 풀어줄 거라는 기대감이었다.

검찰개혁 공청회서 토론하는 임은정 동부지검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언인가 :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주제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촛불행동,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박은정 의원 주최로 열렸다. 2025.8.29 utzza@yna.co.kr

하지만 두 사람의 훈훈한 '케미'는 오래가지 않았다. 백 경정이 파견 결정과 함께 기존 합수팀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해체를 주장하면서다. 임 검사장이 합수팀을 감싸고 백 경정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자 그는 발령 첫날 휴가를 내고 유튜브에 나와 "모욕하지 말라"며 임 검사장을 직격하기 시작했다.

임 검사장이 별도의 '백해룡팀'을 꾸리고 수사 전결권을 줬지만 백 경정은 정작 수사 필수 프로그램인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사용을 거부당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킥스 문제가 해결되자 자체 보도자료를 내고 '합수단'으로 승격된 검찰팀의 사건 은폐 의혹을 주장하며 수사를 예고하는 등 사사건건 충돌했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것은 지난달 합수단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백 경정이 제기한 세관 직원 마약 밀수 연루, 경찰 지휘부 외압 의혹이 모두 근거 없다고 밝힌 때다.

극렬 반발한 백 경정은 수사 기록을 공개하고 세관과 검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신청했지만,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모두 반려됐다. 결국 두 사람은 "주제 넘는다", "기초도 모른다"(백 경정),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야 한다"(임 검사장)는 인신공격성 설전까지 주고받는 '파국'에 다다른 상태다.

압수수색 영장 신청하는 백해룡 경정
(서울=연합뉴스) 백해룡 경정이 9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사건과에 '관세청 산하 인천공항본부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있다. 2025.12.9 [백해룡 경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검찰의 사건 은폐 의혹을 주장하는 점, 수사 기록을 취재진에 공개한 점 등을 들어 원소속기관인 경찰에 여러 차례 징계를 요청해왔다. 공문도 보냈지만, 경찰청은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백 경정의 소속이 경찰일 뿐, 모두 검찰 파견 기간 그곳에서 벌어진 일 아니냐"며 "백 경정이 경찰의 명령은 어긴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백 경정의 근무 평가자인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백 경정에 대한 조치 필요성에 대해 "제가 그분의 (외압 주장의) 타깃도 되고 했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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