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학폭 피해' 주장하는 시에 상대 학생 부모들 집단행동
학폭-입시 연계에 고소·고발 빗발…'교육적 해결' 실종

[연합뉴스TV 제공]
이 학교는 매 학년을 마무리하며 '시화집'을 만든다. 그런데 여기에 '내 친구는 집단 학교폭력의 일방적 피해자'라 주장하는 시가 실리며 문제가 됐다.
해당 학폭 사건의 상대 부모들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학폭 전력이 입시에 직결되며 사법적·행정적 쟁송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학교에선 당사자 학부모들의 거센 요구 끝에 전교생에게 배포했던 시화집을 지난해 말 다시 회수하는 이례적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학폭 사건은 총 7명이 연루돼 2명이 쌍방폭행으로 학교폭력 1·2호 조치를 받고 나머지는 '조치 없음'(무혐의) 처분된 사안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일방 폭행을 주장하는 시를 썼고 그대로 시화집에 실렸다. 시화집을 본 당사자 부모들은 "명예훼손이자 2차 가해"라며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해당 시는 문학 작품"이라며 '시적 허용'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시화집은 회수했지만, 학교 측이 사과를 거부하자 학부모들은 교육청 민원을 넘어 시를 작성한 학생과 시화집 발간에 관여한 교사들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한 당사자 학부모는 연합뉴스에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사회 활동을 할 때 학교폭력에 가담한 것으로 비칠 수 있고, 평생 멍에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학교 측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사건이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 이상은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학교생활기록부 등 공식 기록도 아닌 시 한 편이 이런 극한 갈등으로 비화한 것은 2026년 대입부터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이력을 감점 요소로 반영하는 등 학폭이 입시와 직결되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학폭 감점이 선택사항이었던 2025학년만 해도 4년제 대학 134곳이 학폭 이력자 397명 중 75.1%인 298명을 불합격시켰다.
중학교 학폭 이력도 고교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1∼9호 처분 중 6호(출석정지) 이상을 받으면 '졸업 후 4년 이상' 보존되기에 대입용 생활기록부에 남을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적 해결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교사의 훈육이나 학생 간 화해로 풀었을 사안마저 학부모가 주도하는 법적·행정 분쟁으로 번지고, 학교는 뒷짐만 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입시 영향뿐 아니라 유명인들의 과거 학폭 전력이 뒤늦게 부각돼 논란이 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학폭에 대한 인지 수위가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교사가 훈계할 일이 고소 사건이 되고 수사·사법기관으로 넘어가며 학교는 그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학교가 사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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