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폐지 의결은 학생과 교육공동체의 인권을 지우고, 교육공동체를 편 가르는 나쁜 결정”이라며 “인권은 폐지하거나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공동의 가치”라고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출신지역,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2024년 시의회를 통과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대법원은 이를 인용해 조례 폐지 효력을 정지시켰다.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16일 국민의힘 단독으로 사실상 동일한 폐지안을 다시 의결했다.
정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의 반복적인 폐지 시도가 학교 현장에 지속적인 혼란과 상처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육감은 “시의회는 주민청구를 명분으로 같은 조례를 다시 폐지했다. 이는 대법원의 판단까지 무시하는 처사”라며 “실익 없는 법적 분쟁을 반복하며 끊임없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그 부담은 전적으로 시민과 교육공동체가 떠안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의무에 반하고,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을 폐지하는 내용이 교육감의 조직편성권과 행정기구 설치권을 침해하는 상위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학생인권의 침해 구제와 증진 기능을 없애는 것은 공익 침해라는 주장도 내놨다. 정 교육감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이미 학생인권조례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으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나 학력 저하, 특정 이념 확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편향된 주장을 근거로 인권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교육에 맞지 않는 정치적 폭력”이라고 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과 교권은 양립 가능한 가치다. 둘 중 하나를 희생시키는 선택이 아니라, 공교육을 지탱하는 두 축입”이라며 “복잡한 교육 문제를 학생인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접근”이라고 했다. 이어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학생인권 보장의 필요성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했으나 서울시의회는 111명 중 국민의힘이 3분의2(74명) 이상을 차지해 폐지안이 다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