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40대 이상은 안 받아요

셰어하우스·고시텔, '40대 이상 거부' 확산세

"규칙 지키고 매너 있는 20~30대 선호합니다"

마포구 셰어하우스 29곳 중 19곳이 연령 제한

"학생들이 나이 드신 분들 어려워해 내린 결정"

'노키즈존' 이어…"연령으로 인한 차별 심화 우려"

고시텔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역세권에 위치한 신축입니다. 월세 53(만원)에 보증금 100(만원). 20~35세 연령 제한 있습니다."(마포구 A 셰어하우스 소개 문구)

"규칙을 잘 지키고 매너 있는 분들 위주로 받고 있습니다. 20~30대분들을 선호합니다."(종로구 B 고시텔 직원)

셰어하우스·고시텔 등 비교적 저렴한 공유 주택에 이와 같은 '연령 제한'이 생기기 시작했다.

'청소년 관람불가'처럼 하한선이 아니라 상한선이 형성된다. 40대 이상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공유 주택 관리자들은 입주자 대다수가 젊은층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른바 '영포티'가 세대 갈등을 상징하는 상황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주거 선택지'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시장 논리에 따른 현상이라 무작정 비난을 할 수 없다면서도 각종 서비스를 연령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령 제한 여부를 물어보니 20~30대를 선호한다는 한 종로구 고시텔
[포털사이트 톡톡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셰어하우스는 개인 침실을 사용하되 타인과 거실·욕실·주방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의 집을 말한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1인 가구 주거 통합 플랫폼에서 셰어하우스 매물을 검색하니 마포구에 위치한 29곳 중 19곳은 이용 연령을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대부분 30대까지 입실이 가능하다고 했고, 55세까지로 제한한 곳이 1곳 있다.

종로구 C 셰어하우스에 40대 입주 가능 여부를 물어보니 "주로 20~30대 학생과 직장인이 거주한다"며 "방 분위기를 살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고시텔도 마찬가지다. 고시원이 욕실·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형태라면 고시텔은 '고시원'과 '호텔'의 합성어로 일부 방 안에 개인 화장실이 딸린 형태다.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종로구와 중구 소재 고시텔 16곳에 연령 제한 여부를 문의한 결과, 10곳이 연령을 제한한다고 답했다. 7곳은 50대, 3곳은 40대부터 제한했다.

종로구 D 고시텔은 연령 제한은 물론, 국적까지 못박았다. 모집글에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용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20~30대 한국인 한정으로 입실을 승인한다"고 적었다.

고시텔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2일 종로구 한 고시텔의 간판. 2026.1.3

이러한 연령 제한의 배경에는 '세대차'에 따른 '불편함'이 있다. 공유 주택에서 지켜야 하는 이런저런 규칙과 에티켓을 40대 이상은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인식이 그 밑에 깔려 있다.

동작구 대학가 셰어하우스에 약 5개월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이모(24) 씨는 "셰어하우스는 공용 공간도 있고 방음이 잘되지 않는 곳도 많아서 하메(하우스메이트·이웃)가 중요하다"며 "이런 점은 고시텔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같은 학생이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는 분이면 애로사항을 얘기하기가 더 편하다"며 "나이 드신 분이 들어오면 주방 같은 덴 깔끔하게 쓰실 것 같긴 한데 2인실에서 같이 지낸다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동작구 대학가 고시원에서 약 1년 6개월 동안 생활한 전상진(28) 씨는 "20대 초중반 학생들하고 마주치는 것과 40대 이상 사람과 마주치는 건 확실히 다르다"며 "만약 동일 가격이거나 가격 차이가 많이 안 날 경우에 학생들만 있는 곳을 좀 더 선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령 제한을 건 한 고시텔 입주자 모집글
[포털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반응 탓에 셰어하우스·고시텔 관리자들도 연령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신축이거나 리모델링을 한 경우는 대부분 40대 이상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연령 제한이 있는 대다수 공유 주택은 모집글 안내 정보에 '리모델링'·'신축'·'안전'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종로구 E 고시텔은 "대부분 입주하는 분들이 학생이라 50대 이상부터는 연령을 제한하고 40대는 사정을 들은 뒤 입주 가능 여부를 알려드리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나이 드신 분들을 어려워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40세 이상 입주자로 인한 민원이 있었냐고 묻자 "운영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아직까지 민원은 없었다"면서도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는 방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 아무래도 (학생들이) 불편해 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50세 이상은 건강 악화가 우려돼 제한한다"며 "고시텔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저희 나름대로 나이 드신 분이 지내시기에 부적합하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구 F 고시텔은 '61세 어머니가 입주할 예정'이라며 문의하자 입주 이유가 무엇인지, 거동이 불편한지 등을 묻더니 결국 "죄송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고시텔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2일 종로구 한 고시텔의 입구. 2026.1.3

공유 주택은 이사, 이민, 통원 치료, 단기 근로,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수요가 있다.

마포구 G 셰어하우스 매니저는 "40대 이상인 분들 중에서 집 매매 건과 해외 이사 등의 이유로 거주하신 분들이 계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에서 40대 이상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45세 H씨는 해외 근무를 앞두고 최근 두달간 머물 공유 주택을 물색하다 '현타'(현실 자각 시간)가 왔다고 토로했다.

H씨는 "단기 임대를 구하려 공유 주택 등 20군데 넘게 전화했는데 연령 제한에 걸리는 경우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끗하고 리모델링한 곳일수록 40대 이상은 안 받는다고 거절했다"며 "조용히 이용하겠다고 읍소했는데도 안 먹히더라"고 덧붙였다.

58세 김모 씨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연고 없는 지역에 한두 달 갈 때 그런 숙소를 선택하기도 하지 않냐"며 "연령 제한이란 게 업장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2030 중에서도 이러한 연령 제한이 지나치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대학가 고시원에서 생활한 전씨는 "법으로 막는 게 아니라 업주가 재량껏 연령을 제한하는 거라면 시장경제상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단기적인 사유가 아닌데도 40대 이상인 분이 거주를 원한다면 아마 사회적 취약 계층일 수도 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하는 건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시텔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2일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고시텔의 간판. 2026.1.3

유삼현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2일 "공유 주택 연령 제한은 우리 사회에 있는 '노 키즈 존'과 유사한 사례"라며 "옳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니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그러나 "다만 각종 서비스를 연령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며 "오히려 연령으로 인한 선입견과 차별이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부 영업점에서만 발생하는 일이기에 개인이 부당하다고 여기더라도 구제 수단이 없다"며 "이러한 사례가 늘어날 경우 국가 차원에서 마땅한 논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집이라는 곳은 휴식하는 공간"이라며 "공용 공간을 사용한다는 특성상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과 같이 있는다는 게 편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다만 4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충분히 그런 시설에 대한 니즈가 있지 않느냐"며 "제한한다고 하면 입주자 모집글에 충분히 사유를 밝히고 제한 연령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35세로 연령을 제한한 한 마포구 셰어하우스
['고방'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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