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이끌 경제통 이혜훈…비관료 보수정치인 차별점 눈길

경제학자 출신으로 기재·예결위 활동으로 전문성 키워…야권 기반에도 깜짝 발탁

"기재부 권한 집중" 李대통령 발언 재조명…조직논리 탈피 주목

통합 인사로 경제성장 도모…"경제·민생은 정파·이념 떠나 누구든 협력해야"

이재명 대통령, 기획예산처 장관에 '보수 진영' 이혜훈 파격 발탁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이하 기획처) 장관으로 28일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는 정치인으로 활약한 경제전문가로, 경제관료 출신이 아닌 점과 보수 야권을 기반으로 활동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이혜훈 후보자는 3선 의원을 지냈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조직 내부 논리에서 비껴있으면서도 의정활동 경험을 토대로 예산 담당 부처를 통솔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았다고 평가한 인선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1964년생으로 마산제일여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통 경제학자다.

이후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연구위원과 한국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위원을 지냈다.

그는 40세 때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서울 서초구갑 후보자로 깜짝 공천받아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소감으로 "정부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경제의 열쇠이므로 불투명하게 운영됐던 정부 재정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7·18·20대 국회에서 활동하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내는 등 경제·재정·예산과 관련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입법부 일원으로 행정부의 활동을 감시·견제하던 입장에 있던 그가 내년부터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과 중장기 미래전략 기획 기능을 따로 떼어내 만든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의 첫 수장으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이 대통령은 비관료 출신을 발탁해 '회전문 인사'의 함정을 피하고 기존의 틀에 덜 얽매이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가에서는 기재부 출신이 리더십을 맡을 가능성을 크게 봤지만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기재부를 두고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서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문제의식을 표명한 점과 이번 인선은 맥이 통한다.

이 후보자가 외부의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경제학자로서 전문성과 기재위·예결위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국가 전략을 뒷받침하도록 예산 주무부처를 잘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결산 업무는 국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현 정부가 적극적 재정 운용을 내건 점 등에 비춰보면 새 기획처 장관이 국회와 소통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 후보자를 기용한 것은 전문성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를 강조한 동시에 경제성장을 위해 보수 진영까지 끌어안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 후보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치적 색깔로 누구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적임자라면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며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갈등과 분열이 대한민국 국정에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금, 무거운 책임감으로 제가 평생 공부해 오고 쌓아 온 모든 것을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획처가 출범하면 예산 분야 경제관료로서 잔뼈가 굵은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이 소속을 옮겨 이 후보자를 보좌하며 조직의 안정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동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같은 과 1년 선배이고 이날 임명된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같은 과 77학번인 것도 눈길을 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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