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은 심장으로 피를 보내는 혈관인 관상동맥(왕관 모양의 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져 생기는 병이다. 관상동맥 내부의 동맥 경화성 변화는 사실상 20대 초반부터 진행되며, 혈관 면적의 70% 이상이 좁아지면 협심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협심증은 심근경색의 전 단계로 분류된다.
협심증 환자 10명 중 8명은 50대 이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협심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0만명에 달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협심증은 그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엔 폐경 이후 여성 중에서도 협심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성해 교수는 "여성은 폐경 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보호 효과 덕분에 협심증 위험이 낮지만, 폐경 후에는 남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위험도가 증가한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50대 이후 여성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을 취할 땐 아프지 않다가 심장 근육에 산소가 많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아프다는 게 증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혈관이 꽉 막힌 심근경색과 달리, 협심증일 땐 어느 정도의 혈류는 유지되므로 일상보다 심장 근육의 산소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컨대 운동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경우,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는 경우, 흥분할 때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전형적인 흉통뿐 아니라 목·턱 통증, 왼쪽 어깨·팔로 퍼지는 통증, 가슴 답답함, 속이 메스껍거나 숨이 찬 증상, 식은땀이나 현기증도 협심증의 신호일 수 있다.
협심증의 통증 지속 시간은 심근경색(30분 이상)과 달리 '10분 미만'으로 짧으며, 안정을 취하면 없어진다. 증상이 비교적 빠르게 사라져, 단순한 피로로 착각하거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방치하면 심장 근육 일부가 썩는(괴사)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협심증을 방치해 심해지면 안정 시에도 아프고, 통증의 지속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는 심근경색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므로,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비전형적인 양상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슴 통증이 지속된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요즘처럼 실내에서 난방시설을 가동해 따뜻하게 있다가 바깥에 나가서 찬 바람을 쐬는 겨울철은 협심증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좁아져 혈류가 부족해지면 발작이 일어나기 쉬워서다. 김성해 교수는 "기온이 내려가면 몸의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심장이 더 많은 압력을 견뎌야 하고, 이에 따라 심근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협심증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운 날 외출할 땐 보온에 신경 써야 하고, 갑작스럽게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새벽 운동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새벽 시간대 외부 활동을 피하고, 오전 10시 이후 활동하는 게 낫다.
흡연은 관상동맥을 수축해 협심증 발병 위험을 2~4배 더 높인다. 음주도 심장 리듬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 식단은 기름지고 짠 음식을 줄이고,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 생선, 견과류, 올리브오일이 중심이 되는 식생활이 도움 된다.
협심증을 막으려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다. 단, 운동은 무리하게 하지 말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은 심혈관 강화에 효과적이다. 운동 중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면 즉시 중단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심혈관계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당뇨병을 앓는 사람, 폐경기 여성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심장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성해 교수는 "협심증은 증상을 방치하면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특히 가을철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내 몸의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