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보험점검센터'라며 전화해 개인정보 요구
"무료 점검이라더니, 알고 보니 보험영업" 댓글 봇물
"대가 없는 도움은 없다. 혹하는 사람 없기를"
"보험센터 등 사칭 전화에 개인정보 말하지 말아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지난 4일 직장인 A씨는 '통합보험점검센터' 상담원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상담원은 "31개 보험사가 협업해 무료로 미청구 보험금을 찾아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출생연도와 이름, 거주지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
A씨가 의심스러워 하며 주저하자 "보험료가 낭비되지 않도록 확인하면서 무료 점검도 함께해 드리겠다"고 재차 설득했다.
'센터'를 강조하면서 공공기관의 서비스인 양 착각하게 만든 해당 전화는 A씨가 인터넷에 '통합보험점검센터'를 검색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주르륵 검색됐고,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 전화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최근 쿠팡과 SK텔레콤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마치 공공 서비스인듯 접근해 교묘한 수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영업 행위도 횡행해 주의가 요구된다.

[네이버 카페 이용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8일 현재 온라인에는 '통합보험점검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쏟아진다.
네이버 카페 이용자 '럭키**'는 "통합보험점검센터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보험료도 줄일 수 있고 보장을 늘릴 수 있다고 하는데 믿을 만한 건가요?"라고, '드*'은 "그냥 점검해 주는 거라고 하던데 이상한 곳인가요?"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질의에는 "보험 점검해 주면서 보험 가입시키는 거라고 들었습니다"('소리**'), "일종의 영업 목적을 가진 연락이라고 보면 된다"('늘*') 등 댓글이 달려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확인 결과 '통합보험점검센터'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3월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여론조사', '보험점검센터', '보험환급지원센터' 등이라고 밝히며 보험급을 환급해준다는 단체들은 실체가 없는 단체로 파악된다.
당시 보험개발원은 "개발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로 일반인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이용자 '무명의더쿠'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험업계에 따르면 '통합보험점검센터' 등을 내세워 하는 영업은 이름·연락처 등 기본 정보를 수집해 보험사나 보험대리점에 넘기면 이후 설계사가 전화·방문 상담으로 이어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이용자 '무명***'는 "전화에서 안내한 '미청구 보험금 자동 소멸' 내용에 혹했다가 검색 끝에 1차 전화로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2차로 설계사가 연락해 가입을 권유하는 영업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대가 없는 도움은 없다. 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러한 온라인 후기들은 대략 2020년부터 꾸준히 올라온 것으로 확인된다. 단발성 기승이 아니라, 상시적 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카페 이용자 '사랑하고또사랑해'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통합보험점검센터가 31개 보험사가 협업해 무료로 미청구 보험금을 찾아주는 곳이 맞느냐'는 질의에 "잘 모르겠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일단 보험 대리점으로 추정되며, 공공기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이런 식으로 대리점들이 영업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을 연상시키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소속과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등의 영업 방식에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권유림 법무법인 선경 파트너변호사는 "'통합보험점검센터'라는 명칭은 국토교통부 소속 '비행점검센터' 등 실제 공공기관의 명칭과 유사해 일반인으로 하여금 공공기관으로 오인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는 사기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보험 영업 전화에서 소속과 목적을 밝히지 않은 경우 방문 판매 등에 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 판매를 목적으로 고객을 방문 판매할 때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소속과 목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면서도 "전화 속 안내만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가 판매 목적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보험센터 등을 사칭한 전화가 온다면 섣불리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지난15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신고대응센터가 마련돼 있다. 2025.12.9 hwayoung7@yna.co.kr
그런가 하면 상담원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따르면 관련 민원은 대부분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소비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해 놓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료 쿠폰을 받으면서 '제3자 제공 동의'를 무심코 체크하면 개인정보가 보험사 등에 제공되지만, 소비자가 이를 기억하지 못해 불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마케팅 목적임을 명확히 알리도록 사업자를 지도하고 있다며, 동의 없이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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