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석 대사 "에너지 등 재건 수요↑…인구 많고 성실, 재수출 허브 잠재력도"
"韓자동차 선호, K드라마·태권도 인기도…안보, 내부통합이 과제"

(베이루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전규석 주레바논한국대사가 5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주레바논대사관에서 열린 한·시리아 비즈니스 포럼 2일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6 dk@yna.co.kr
전 대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주레바논한국대사관에서 이뤄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리아 내부 정세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등 동향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중동 순방 중 이집트에서 발표한 샤인 이니셔티브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 등을 가리키는 중동 외교 구상이다.
한국은 지난 4월 북한을 제외한 191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미수교국이던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작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세워진 시리아 임시정부는 미국 등 서방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전 대사는 "에너지, 통신, 건설, 보건 등 시리아가 추진할 여러 재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미 중동에서 주택 공급, 도로 건설 등으로 검증받은 한국의 뛰어난 건설업계가 시리아 재건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 대사는 4일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한·시리아 국장급 정책협의회, 비즈니스포럼 등 행사에 대해서는 "민간이 함께 시리아 진출 방안과 양국간 실질적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수교 당시 조태열 외교장관은 다마스쿠스에서 아사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을 만나 개발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등 3대 분야의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전 대사는 "한국은 발전 모델과 개발 경험이 있고, 정부의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도 있다"며 "아직 시리아에 수립한 국가적 경제발전 중장기 계획을 보지 못했는데, 한국 학계가 이를 지원해준다면 고마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라스타=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4일(현지시간) 13여년의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하라스타. 2025.12.4 dk@yna.co.k
그는 인접국 튀르키예를 통한 시리아 진출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재건 사업과 같은 복잡하고 규모가 큰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도 양국이 가장 효과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교 후 수차례 시리아를 방문하며 경제 협력 방안과 한국 기업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전 대사는 "시리아 사람들은 근무시간이 '에이트 투 스리', 즉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라고 말할 정도로 근면하다"고 전했다.
또 시리아 인구가 약 2천500만명으로 요르단(1천100만명), 레바논(500만명) 등 인접 아랍국보다 많은 것도 이점이라며 "시리아가 가진 중동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면 한국 기업의 재수출 허브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사는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한국 기업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85%에 달할 정도였으며, 현재도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마스쿠스 시내에 가 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생산한 TV, 에어컨 등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세운 레반트법인은 지난 9월 시리아에서 사업을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K이니셔티브 정책과 관련해 "시리아인들이 K드라마, K팝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고, 현지에서 태권도는 매우 인기가 높은 스포츠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아시리아 문명과 우마이야 왕조의 중심지가 다마스쿠스였을 정도로 시리아도 역사와 문화를 가진 만큼 한국과 교류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전 대사는 현재 여러 무장단체 및 종파별 갈등,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등 시리아 안팎의 정세와 관련해 "약 14년간 내전을 겪은 시리아는 재건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도전 과제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리아의 새 정부가 국내적으로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에 대외적으로 서방의 제재 해제, 관계 복원, 재건과 안보 등 분야의 국제사회 지원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춘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사는 "우리 정부도 이런 상황 속에서 시리아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적인 정치 과정, 극단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응, 생화학무기 제거 등의 노력을 지원하면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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