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혜택 축소 아닌 '통계 현행화'
부부 수급자 증가로 감액대상 늘어 자연 감소분 반영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국의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늦게까지,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어르신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 2025.11.26 kjhpress@yna.co.kr
최근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한 2026년도 기초연금 예산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안보다 2천249억 원 감액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번 감액은 개개인이 받는 연금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인구 통계를 반영해 '안 써도 될 돈'을 미리 뺀 계산상의 조정이기 때문이다.
6일 보건복지부의 예산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이번 삭감의 핵심은 '혜택 축소'가 아닌 '정확한 예측'에 있었다.
정부가 처음에 "이만큼 필요할 것 같다"고 잡았던 예산안(정부안)에 대해 국회가 최신 통계 데이터를 대입해보니 "그 만큼까진 필요 없겠다"고 판단해 거품을 걷어낸 것이다. 이를 행정 용어로는 '주요 변수 현행화'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했길래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줄어든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부부 수급자'의 증가다. 현재 기초연금 제도에는 '부부 감액' 규정이 있다.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게 될 경우 부부의 생활비가 단독 가구보다 적게 든다는 점을 고려해 각각의 연금액에서 20%를 감액해 지급한다.
애초 정부가 예산을 짤 때보다 최신 통계를 확인해보니, 혼자 사는 노인보다 부부가 함께 사는 노인 수급자의 비중이 예상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수급자가 늘어나면 20% 감액을 적용받는 대상자가 많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국가가 지급해야 할 전체 연금 총액은 줄어들게 된다. 즉, 줄 돈을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제도상 덜 주게 되어 있는 대상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예산 총량이 자연스레 감소한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소득 역전 방지 감액' 대상자의 변화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데 선정 기준액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기초연금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탈락자보다 소득이 높아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연금의 일부만 지급받는다. 이들 '감액 수급자'의 비중 역시 최신 데이터를 적용해 다시 계산해보니 전액을 받는 사람보다 일부만 받는 사람의 변수가 달라져 예산 절감 요인이 발생했다.
이처럼 이번 2천249억 원 삭감은 '부부 수급자 비중 증가'와 '감액 수급자 변수 조정'이라는 두 가지 통계적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다. 만약 이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내년 연말에 가서 결국 쓰지 못하고 남는 돈(불용액)이 되었을 공산이 크다. 국회는 이 불용액을 미리 정리해 다른 필요한 곳에 쓰도록 조정한 것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면 정부의 복지 의지는 더 명확해진다. 이번에 정부안보다는 삭감됐지만 올해(2025년) 예산과 비교하면 내년 전체 공적연금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2025년 49조3천432억 원이었던 공적연금 분야 총예산은 2026년 55조5천187억 원으로 확정됐다. 1년 새 무려 6조1천755억 원, 비율로는 12.5%나 급증한 수치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자연 증가분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연금액 인상분이 충실히 반영됐다는 증거다.
결국 이번 예산 삭감 논란은 숫자가 주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어르신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돈은 1원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체적인 복지 재정의 파이는 커졌다.
불필요한 오해로 불안해하기보다는 정부가 세금을 더 꼼꼼하고 정확하게 계산하려 노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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