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혼자라고 하니까 쫓겨났다" - Supple

[샷!] "혼자라고 하니까 쫓겨났다"

1인 가구 36% 속 '혼밥족'도 늘어나는데…

"자리 차지 안 돼"…혼밥 거절 식당에 외신 주목

프랜차이즈·편의점·배달음식은 '1인분'에 적극

"혼밥족 증가세 전략적 대응이 경쟁력 강화 도움"

노래 들으면서 '혼밥'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한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한 시민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2025.12.6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외로움을 팔지 말라.'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일부 한국 식당이 '혼밥' 손님을 거부한 사례를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일부 한국 식당이 '외로움을 팔지 않습니다. 혼자 오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내걸고 혼자 오는 손님에게 2인분 주문을 요구하거나 친구와 동반하도록 안내하는 등 제한을 두기도 한다고 전했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문화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는 사례에 해외 언론이 놀라며 주목한 것이다.

소비 행태 변화 속도를 일부 식당의 인식과 운영 방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 식사 안 됩니다'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한 김치찌개 식당 입구에 1인 식사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12.6

지난 1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김치찌개 식당에서 "1명이요"라고 말하자 직원은 "1인 식사는 안 된다"며 막았다. "곧 점심 손님이 몰릴 시간인데 한 사람이 한 테이블을 다 차지하면 곤란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가게 안에는 빈 테이블이 절반 가까이 남아 있었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만 해당 식당은 오후 5시 이후 저녁에는 혼밥 손님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혼밥을 거부당한 이들의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스레드 이용자 'lij***'는 '혼자 드실 때는 2인분을 다 먹는다', '혼자 오지 마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가게 안내문 사진과 함께 "동네에 있는 짜장면 집. 들어가려다 저거 보고 발 돌렸음"이라고 적어 올렸다.

댓글에는 "요새 혼밥러들 많은데"('tee***'), "이제는 혼밥 하는 것도 눈치 보게 만드네"('seo***') 등의 반응이 달렸다.

당근 이용자 '염*'은 "혼자라고 하니까 안 받는다고 쫓겨났습니다", '무지***'는 "출퇴근길에 보던 가게 갑자기 가 봤는데 혼자는 안 된대서 바로 나왔네요. 뉴스나 기사로 보던 혼밥 거절을 동네에서 당하니까 기분 별로네요"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월에는 여행 유튜버가 전남 여수시 한 식당에서 2인분을 주문했음에도 혼자 먹는다는 이유로 홀대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레드 이용자 'ljh_1290'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학생 문혜림(23) 씨도 5일 "중식 코스요리를 먹으러 갔다가 '2인 이상만 가능하다'고 해서 되돌아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거절당한 경험이 쌓이면서 '혼밥 가능 식당'을 미리 선별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유경현(28) 씨는 "몇 번 거절당하고 나니까 감이 생겼다"며 "인터넷에서 미리 테이블 크기나 좌석 배치를 보고 '혼밥 가능한 곳'을 추려 찾아간다"고 말했다.

또 중국인 유학생 모스카(25) 씨는 "애초에 혼밥이 어려워 보이면 포장을 먼저 물어본다"고 했다.

국내 1인 가구 추이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간한 '2024년 사회보장 통계집'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36.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5년 520만 가구(27.2%)였던 1인 가구는 2020년 664만 가구(31.7%)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겼고, 이후로도 매년 늘어왔다.

'혼밥족'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식사를 한 비율은 아침(38.8→41.7%), 점심(25.5→26.9%), 저녁(23.2→25.7%)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식당은 혼밥 손님을 제한하고 있다.

모두 다 '혼밥'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한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2025.12.6

반면, 온라인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업계는 1인 수요 증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1인 가구의 배달 수요를 노린 '한 그릇' 배달 서비스를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주문 건수 1천만 건을 넘겼다.

또 한국피자헛은 지난 10월 1인 피자 메뉴를, bhc는 9월 배달의민족에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비가 없는 1인분 메뉴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편의점도 1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락과 간편식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S25는 9월 혼자 추석을 보내는 소비자를 위해 '혜자추석명절도시락'을, CU는 '한가위 11찬 도시락'을 출시했다.

앞서 GS25는 올해 설 연휴(1월 28∼30일) 1인 가구, 외국인 등 홀로 명절을 보내는 소비자 수요로 도시락 매출이 전주보다 32.1%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1월 1~2인 가구 수요를 반영해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지난해 설보다 20% 늘렸다.

종류도 다양…간편식 풍년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냉장 코너에 즉석조리식·샐러드 등 1인용 간편식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2025.12.6

'혼밥 거부 식당'이 외신을 타긴 했지만, '혼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면서 식당들도 하나둘씩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 바(bar) 등 일자형 좌석을 늘리고 1인 메뉴를 속속 내놓고 있다.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서 식사할 권리를 파는 것이다.

'나홀로 여행'이 늘어나면서 관광지 식당들도 가세한다.

지난 10월 여수시는 1인 가구, 1인 여행객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혼밥 식당 46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제주 식당들도 1인분 은갈치 메뉴를 내놓는 등 혼밥족들을 위한 갈치 요리를 다양화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갈치 요리는 조림이나 통구이가 대개 3∼4인분이어서 혼밥족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최근 1인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서대문구의 한 솥밥 가게 직원은 "손님의 40~50%가 '혼밥' 손님"이라며 "혼밥 손님들이 오히려 한산한 매장을 채워 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근처 국수집 가게 직원은 "보통 혼밥 하시는 분들은 아침이나 오후 2~3시 정도 애매한 시간대에 오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딱히 회전율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1인 세대 비중 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혼밥 손님을 전략적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경자 가톨릭대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시장 전체적으로는 1인 고객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인건비와 재료비, 회전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인 고객을 받을지 혹은 제한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혼밥 손님을 거부하면 장기적으로 식당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거부당한 손님은 식당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고, 이는 추후 다른 사람과 방문할 수도 있는 잠재적 소비자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업주는 회전율이 낮고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1인 손님이 늘고 있는 만큼 혼밥 테이블을 확보하는 등 전략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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