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의원은 지난 8일 낸 입장문에서 “제 아내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제가 당대표로 당선된 후 김건희 여사에게 클러치백 1개를 선물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며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서로 원만히 업무 협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덕담 차원의 간단한 인사말을 기재한 메모를 동봉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이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로저 비비에 가방과 함께 김 의원 아내 이름이 적힌 메모지와 편지 등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이를 시인한 것이다.
김 의원은 다만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저나 제 아내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내용도 없었다”며 “배우자끼리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을 의식해 미리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김건희 여사 변호인도 같은 날 ‘100만원대 클러치백’ 선물을 시인하면서도 “어떠한 대가적 목적이 아닌, 사회적·의례적 차원의 선물이었으며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양쪽 모두 청탁이나 대가성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명품 가방을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당무 개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김 의원이 대표에 당선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시종일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의원이 돌연 불출마하고 윤 전 대통령 핵심 측근 장제원 전 의원이 김 의원에게 힘을 실으면서, 초반 지지율 열세였던 김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됐다. 김 의원 배우자의 명품 가방 선물을 당대표 당선을 지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충분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명품으로 드러난 국정 사유화 게이트”(박경미 대변인), “김건희는 윤석열 정권의 로비 창구”(백승아 원내대변인)라는 등의 논평을 내며 특검의 수사 확대를 촉구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계기로 공세 전환을 시도하던 국민의힘에선 예기치 않은 악재 돌출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 해명에 설득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김 여사의 고가품 수수 논란이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좋지 않은 국면에 악재를 더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