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국회의원 연설 기다리다…천연기념물 황새 숨졌다

(사진제공=김해시)
(사진제공=김해시)

경남 김해시가 최근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방사한 천연기념물 황새 한 마리가 행사 도중 폐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해시에 따르면 15일 열린 개관식에서 황새 3마리가 방사됐으며 이 가운데 수컷 한 마리가 새장에서 나온 직후 제대로 날지 못하고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사육사와 수의사가 즉시 응급조치를 위해 황새를 사육장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폐사한 황새는 2022년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복원 목적으로 들여온 개체로 방사 전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당시 사용된 목재 케이지가 국가유산청에서 정식 대여받은 것으로 통풍 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며 관리 인력도 현장에 배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의 축사가 이어진 뒤에야 방사가 진행되면서 황새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약 1시간 반가량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었다. 당시 기온은 22도였지만 직사광선 아래 차양막도 없어 내부 온도가 급격히 높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황새들이 직사광선 아래 밀폐된 상자 안에서 장시간 갇혀 있었다”며 “탈진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연기념물을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용으로 동원한 것은 생명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결여된 행정”이라며 “김해시는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모든 공공행사에서 동물 동원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해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폐사 원인을 국가유산청과 협의 중이며 남은 2마리의 건강 상태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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