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가정당'의 참패…정공법 실패 후 '우회로비' 택했나

제도권 정치 진입 노렸던 18대 총선 낙선자들, 통일교 로비 의혹 핵심으로

통일교 "당시 출마자 중 일부 불과, 일반화 어려워…가정당은 의혹과 무관"

김건희 특검, 통일교 압수수색
(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시설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에 비구름이 걸려 있다. 2025.7.18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사 다수가 과거 직접 정계 진출을 노렸던 낙선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정치를 통한 제도권 진출이라는 '정공법'이 전멸에 아까운 패배로 끝난 뒤 주요 정치권 인사들을 개별 공략하는 '우회로'를 택한 게 이번 로비 의혹의 본질이란 해석이 나온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체제에서 정치인 접촉에 나섰던 고위 간부 여럿이 2008년 18대 총선에 평화통일가정당(가정당) 후보로 등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가 2007년 창당한 가정당은 전체 지역구에 후보자를 냈으나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비례대표 득표율도 1.1%(18만857표)에 그쳤다.

당시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던 송광석씨는 낙선 후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회장, 전 통일교 한국협회장 등 교단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18∼2020년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회장도 맡았는데, 경찰은 IAPP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물론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게 접근하는 통로로 쓰였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부산진구을에 출마한 박모씨, 창원갑에 출마한 박모씨도 이후 지역 조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특히 이들은 이번 의혹에서 통일교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 정가를 활발히 공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로 나섰던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사장도 정치권과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19일 법정에서 공개된 윤영호 전 본부장과 대화 내역을 보면 그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를 도와 당선되면 영사·대사 자리나 공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전 부회장은 해당 대화 내용에 대해 "(영사나 대사 자리는) 누구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저의 꿈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전 중구에 출마했던 이현영 전 통일교 한국부회장은 이 같은 '우회 로비 전략'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전 본부장과의 통화 녹취에서 "가정당 때 정공법이었다면 이번엔 본부장님이 청와대나 인수위, 그 이상까지 라인을 만들어본단 꿈 가졌으니 보따리 들고 쫓아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6일 법정에서 "물귀신 작전"이며 윤 전 본부장의 독단적 행보라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윤 전 본부장은 "물귀신이니 뭐니 하는데, 개그콘서트"라고 반박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통일교 측은 교단 차원에서 정치권력과 결탁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로비 의혹도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 본다. 그러나 윤 전 본부장 측은 총재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받는 일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통일교 측은 이 사안과 관련해 "당시 지역구 후보로만 245명이 출마했는데, 최근 정치인들을 접촉했다고 알려진 인사는 그중 일부에 불과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일반화하는 게 다소 어려운 사안"이라며 "평화통일가정당은 의혹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pual07@yna.co.kr

조회 451 스크랩 0 공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