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뒤에도 ‘관저 정치’ - Supple

윤석열, 파면 뒤에도 ‘관저 정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르면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옮길 것으로 보이는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모습. 연합뉴스

파면 뒤에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찾아온 정치인 등과의 면담을 통해 ‘메시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6·3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영향을 미치고, 지지층 결집으로 내란 재판을 앞둔 자신의 운신폭을 넓히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자중하고 침묵하는 대신 플레이어 구실을 자임한 윤 전 대통령을 두고 국민의힘 안에서도 ‘가뜩이나 힘든 대선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전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은 사실을 전하며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 주변 인사들의 배신에 깊이 상처받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지지자들을 향해 ‘한동훈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김 지사는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전날 윤상현 의원과 극우유튜버 전한길씨를 만난 사실도 전씨의 인터넷 홍보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전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전한길뉴스’라는 사이트에 윤 전 대통령과 관저 앞뜰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이) 나야 감옥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한,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우려했다)”고 전한 뒤 “그분의 걱정은 언제나 국민과 나라였다”고 주장했다. 탄핵반대 집회에 나온 지지층을 향한 ‘전언 메시지’인 셈이다.

이런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겨레에 “파면당한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는 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이번 대선에선 침묵을 지켜주는 게 윤 전 대통령도 당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도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지금 시점에 메시지를 내면 안 된다”며 “보수정권 승리, 보수재건을 바라신다면 (윤 전 대통령이) 더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을 앞둔 대선 주자들은 이런 우려에는 귀를 막고 윤 전 대통령의 ‘전언 정치’에 판을 깔아주는 데 열심이다. 1차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이지만, 2차와 최종 경선은 당원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치르는 만큼, 소수일지라도 결집력이 강한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1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나경원 의원도 ‘윤심’을 등에 업고 경선을 치르려는 주자 가운데 한명이다.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튿날인 5일 나 의원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윤석열 나경원 낙점설’까지 회자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이 ‘윤석열의 46년 지기’이자 ‘내란죄 피의자’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도 ‘윤석열 배후설’이 파다하다. 국민의힘의 한 영남권 재선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내란 가담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를 헌법재판관으로 앉혔는지, 윤 전 대통령을 빼면 어떻게 설명이 되겠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쪽은 11일 오후 5시에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집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거처를 옮길 계획이라고 이날 오후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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