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타강사와 정치 - Supple

[기자수첩]일타강사와 정치

사진=전한길 유튜브 채널 캡처"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주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스타 영어강사 조정식씨가 동종업계 전한길 강사를 저격한 말이다.

전씨가 연일 극우 편향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자 강사의 정치적 발언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 논란이다. 전씨는 "정치를 하려는 의도는 없다. 강사 연봉 60억원 포기할 각오했다"면서 연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다.

보수 진영에선 그를 옹호한다. 전씨의 메시지가 보수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씨는 지난달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는 제목의 부정선거 음모론 영상을 게시하고 보수 진영으로 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전씨가 시민단체로부터 '내란 선동' 등 혐의로 고발당하자 국민의힘이 법률 지원에 나서겠다며 그를 엄호하고 나섰다.

반대로 진보 진영으로부터 전씨는 거센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를 찾아가 급기혀 협박 메일이 쇄도한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씨의 행보를 두고 같은 일에 종사하는 강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전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가 '정치 커뮤니티'로 변질됐다며 탈퇴하는 학생들도 잇따랐다.

하지만 전씨의 정치적 발언은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전씨가 가진 파급력이 상당해서다. 6일 기준 전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회원수는 35만명을 넘는다. 공무원 수험생이거나, 합격자들이 대다수 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수만명의 예비 공무원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합격했거나, 꿈을 꾸고 있단 얘기다. 그가 운영하는 동영상 SNS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19만명에 달한다.

강사는 민간인 신분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교사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따라서 전씨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를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서 강사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강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중요하다.

아직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강의실 안밖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이유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일타 강사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어떻게 봐야할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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