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콰자작!"…스트레스가 산산조각

키캡 키링·스퀴시·스트레스볼·푸쉬팝 등 인기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 영상 조회수 수십~수백만회

"무의식적으로 계속 손에 쥐고 톡톡 누르고 있어"

"디지털 과잉 환경서 나타난 소비 방식…단순한 자극 찾아"

왁스로 코팅된 버터 모양의 '스퀴시'
[유튜브 이용자 'waisyasmr'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 "딸깍, 딸깍, 딸깍!" 경쾌하고 규칙적인 마찰음이 귀를 파고든다.

## "콰작-!" 하는 소리와 함께 외벽이 산산조각 난다.

최근 SNS를 점령하며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이른바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들이 내는 소리다.

번아웃과 고물가 등으로 스트레스가 치솟는 시대, 잠시나마 시각·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이러한 장난감들이 '어른'들에게 인기다.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멘탈 관리 용품'인 셈이다.

키캡 키링을 만지는 모습
[인스타그램 이용자 'baroon_key'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누르고 부수며 '스트레스 삭제'…"긴장 풀려"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은 키캡 키링부터 스트레스 볼, 스퀴시 등 다양하다.

'키캡 키링'은 컴퓨터 기계식 키보드의 자판 덮개인 '키캡'(Keycap)과 그 아래에서 눌리는 '스위치'를 떼어내 손잡이를 달아 만든 장난감이다. 키보드를 칠 때 느껴지는 특유의 타건감과 소리가 특징이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키캡 키링 연타 영상은 조회수 120만 회, 또다른 키캡 키링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은 조회수 59만 회를 기록했다.

직장인 이모(26) 씨는 27일 "주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 한손에 쥐고 계속 키캡 키링을 누르게 된다"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딸깍'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 긴장이 풀리면서 묘한 안정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3) 씨는 "지난주 친구들과 함께 커플 아이템으로 키캡 키링을 맞췄다"며 "가방에 달고 다니면 일단 귀여워서 눈이 가고 특히 시험 기간처럼 예민할 때 무의식적으로 누르고 있으면 손끝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며 웃었다.

이러한 인기에 동대문 도매 상가에서는 원하는 색상의 키캡과 본체, 귀여운 캐릭터 부품을 골라 조립하는 '키캡 DIY 상점'에 손님의 발길이 이어진다.

또 기업에서는 브랜드 로고를 박은 한정판 키캡을 사은품으로 내걸거나 아예 제품을 키캡 모양으로 출시하기도 한다.

키캡 키링
[강민지 인턴기자]

'스퀴시'는 청각적 쾌감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파라핀이나 버터로 겉면을 얇게 코팅한 이 장난감은 오로지 '부수기 위해' 존재한다.

지난해 9월 유튜브 이용자 'wa***'가 올린 스쿼시 영상은 현재 누적 조회수 540여만회를 기록 중이다.

주인공이 왁스로 매끈하게 코팅된 버터 모양 스퀴시를 손바닥으로 힘껏 움켜쥐는 순간 "콰자작!"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정적을 깬다. 얇고 단단하게 굳은 버터 코팅이 설탕 공예처럼 여러 갈래로 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은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반전이 있다. 딱딱했던 겉면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구름처럼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스퀴시의 속살이 삐져나온다. 파괴된 조각들 사이로 부드러운 스퀴시를 조물거리는 모습은 묘한 안도감과 해방감을 안긴다.

블랙핑크 로제가 사용한다고 밝힌 '스트레스 볼'
[유튜브 '보그 코리아'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로제 스트레스볼'은 품절대란…디지털 과잉 반작용

특유의 쫀득한 촉감으로 인기를 끄는 '스트레스 볼'도 있다. 말랑한 재질 안에 충전물이 들어 있어 손에 힘을 주면 형태가 찌그러졌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단순한 원리의 장난감이다.

이 유행의 도화선이 된 건 K팝 그룹 블랭핑크의 로제다. 2024년 11월 보그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로제는 평소 불안함을 느낄 때 사용한다는 스트레스 볼을 소개하며 "긴장될 때 만지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 직후 해당 제품은 품절됐고, SNS에서는 어떤 브랜드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로제 스트레스 볼 내돈내산 후기' 영상이 쏟아졌고, 브랜드별로 미세하게 다른 촉감을 정밀하게 비교하는 영상들이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유튜브에 올라온 '이번엔 (로제 스트레스볼) 찐 맞겠죠?'는 누적 조회수 869만회, '요즘 핫한 로제 스트레스볼 리뷰, 스퀴시 정품과 짝퉁 비교해봤습니다'는 누적 조회수 15만회를 기록했다.

대학생 정모(24) 씨는 "로제가 쓴다고 해서 작년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탭에서 스트레스볼을 구매했다"며 "은근히 스트레스가 풀려서 무의식중에 만지고 있을 때가 많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문구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 2026.01.28

일명 '팝잇'으로도 불리는 '푸쉬팝' 역시 대표적인 '스트레스 해소 장난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실리콘 재질의 반구형 돌기를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학생 조모(22) 씨는 "택배가 오면 완충재로 들어있는 뽁뽁이를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터뜨려본 경험이 있지 않느냐"며 "무의식적으로 뽁뽁이를 전부 터뜨릴 정도로 좋아했는데, 푸쉬팝이 딱 그 느낌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써야겠다'고 (푸쉬팝을) 집어 드는 건 아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무의식적으로 계속 손에 쥐고 톡톡 누르고 있다"며 웃었다.

문구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퀴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26일 한 문구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버터 모양의 '스퀴시' 2026.01.28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 장난감의 유행은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나타난 하나의 소비 방식으로 볼 수 있다"며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젊은 세대가 오히려 단순함을 경험할 수 있는 자극을 찾고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누르고, 쥐고, 반복하는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은 별다른 생각 없이 손을 움직일 수 있어 무료함을 달래는 데 적합하다"며 "디지털 쇼핑이나 콘텐츠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고 인식되는 데다, 반복 과정에서 작은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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