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희 위원장 "통상변수 고려 안 해"…역대급 과징금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쿠팡의 미국 투자사 2곳이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22일 제기했다. 이들 투자사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쿠팡에서는 약 3천370만건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일어나 우리 정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2026.1.23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번지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통상 변수와 무관하게 법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사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관가에 따르면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한미 간 통상 프레임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보기술(IT) 투자회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해 달라며,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통상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거나 불합리·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미국 행정부가 이에 대응할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쿠팡 문제는 한미 고위급 외교 무대에서도 언급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3일(현지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 이후 연 특파원 간담회에서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그러면서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고,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 시스템 아래 법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이해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무역소위원회의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청문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경희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14 hama@yna.co.kr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조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니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사안도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 사안이 외교 무대 등 공식 채널에서 거론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인정보위의 조사와 향후 처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개인정보위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조사조정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집중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단순 유출 사고 외에도 폐쇄회로(CC)TV 영상의 목적 외 이용·제공 여부, 이른바 '납치광고'로 불리는 '강제전환 광고'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규모, 매출 등을 고려할 때 쿠팡에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다.
한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는 "과거 통신사 망 사용료 이슈도 국회에서 법제화 논의가 이뤄지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가 이를 무역장벽 보고서에 포함하면서, 사업자 간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으로 프레임이 전환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관련 부처들도 통상 문제를 의식해 적극적인 액션(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쿠팡 사안 역시 과거 사례를 참고해 유사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쿠팡의 미국 투자사 2곳이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22일 제기했다. 이들 투자사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쿠팡에서는 약 3천370만건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일어나 우리 정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2026.1.23 hwayoung7@yna.co.kr
개인정보위는 통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조사와 제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 "국민에게 준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사고 이후 제대로 조치했는지를 엄격하게 보고 그에 맞는 처분을 내리겠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떤 통상에 변수가 된다든지 하는 것들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개인정보위가 원칙에 따른 법 집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개인정보위는 법 집행 기관인 만큼 법에 따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쿠팡을 우대할 필요도, 차별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라고 해서 더 강하게 비난하거나, 미국의 압력이 있다고 해서 더 대화하려는 태도 모두 오히려 문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국내 업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a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