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때리고 美국채서 자금 이탈…전세계 경제도 충격"
연준의장 사법처리 논란에 '짐바브웨에서나 볼법한 사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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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좌지우지하려는 시도가 자국 경제를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백악관이 미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할 경우 1970년대 벌어졌던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사태를 다시 겪게 될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를 모아 보도했다.
아타칸 바키스탄 베렌버그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연준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통화 초(超)완화 정책을 추구한다면, 1970년대 벌어졌던 최악의 위험 시나리오와 닮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아서 번스 전 연준 의장을 압박해 통화 완화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미국은 대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경험했다.
1970년대 중반 당시 석유파동과 연준의 완화 정책, 미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 등이 겹치면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를 넘어선 바 있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게 되면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위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깃 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는 "금리를 너무 빠르게 내리면 물가가 엄청나게 튀어 오를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며 "저소득층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위험한 순간에 직면했다"며 "중앙은행장을 정치적 겁박이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처벌 의도로 기소 또는 기소 위협을 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러시아, 튀르키예, 베네수엘라, 짐바브웨"라고 꼬집었다.
짐바브웨, 아르헨티나 등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대표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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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이 문제가 미국에만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차다 교수는 "전 세계에 달러 표시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 잊으면 안 된다"며 "우리가 달러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에 두지 못한다면 이 같은 자산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되고, 우리는 궁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키스탄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연준이 데이터가 아니라 정치적 압력에 의해 움직인다면 외국인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에서 돈을 빼고 새로운 안전 자산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형사 기소에 직면했다는 소식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 금·은값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1% 오른 온스당 4천638.2달러,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8.2% 급등한 85.84달러까지 올랐다.
반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98.671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너무 더디다는 점에 여러 차례 불만을 표하며 파월 의장을 '미스터 느림보'(Mr. Too late)라고 지칭해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의장을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해 형사 기소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파월 의장이 이 사실을 직접 공개하면서 백악관과 연준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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