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회담 앞 '우크라, 유럽 업고 공격' 맹비난
러, 시간끌기 위해 미·우크라 종전안 거부할 가능성 관측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공개된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과 그의 유럽 후견인들이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이 정권은 우리나라의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사보타주(파괴공작)로 민간인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도 비난했다.
그는 "일부 예외를 뺀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키이우 정권에 돈과 무기를 퍼주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제재 아래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기를 꿈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 유럽과 유럽연합(EU)이 평화의 주요 장애물로 부상했다"며 "그들은 러시아와 전장에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과는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드러내면서도 미국과는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팀이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지속적 합의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협상가들과 협력을 계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2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종전 회담이 열리기도 전 나온 라브로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종전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미리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는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협의한 20개항 종전안 협의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으나 이튿날인 26일에는 이 종전안이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26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20개항 종전안에 대해 "그것을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계획은 우리가 12월 초부터 몇 주간 미국 측과 접촉하면서 작업해온 28개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새 종전안에는 영토 양보 등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입장차가 그대로 반영돼 있어 러시아 당국자들의 발언 이전부터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종전에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 자체는 형식적으로 이어가며 전술적으로 시간 끌기를 선택하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막고 전쟁 장기화 책임론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미국과의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우크라이나에 거주 중인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푸틴은 지금 단계에서 전쟁을 끝낼 의지도, 의미 있는 양보를 할 준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렘린궁에 트럼프 평화안 논의는 미국 대통령과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마찰과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순전히 전술적인 게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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